1998년 외환위기 직후 도입된 카드의무수납제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내수 진작, 세원 투명화 차원에서 그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카드의무수납제 폐지 논의는 정부의 최저임금인상 조치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카드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 검토를 차치하더라도 사실상 카드의무수납제는 신용카드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제19조제1항은 신용카드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카드의무수납(Honor All Cards Rule), 지급수단차별금지(No Steering Rule)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카드의무수납제는 영세가맹점의 편익(便益)을 훼손하고 있다. 가맹점이 카드사에 지급하는 가맹점 수수료 수준을 고려해 신용카드 취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용카드 거래 건수가 많음에도 소액결제 건수 증가를 감안하면, 카드의무수납 시 영세가맹점의 충분한 매출 마진 확보가 쉽지 않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신용카드 이외의 지급수단을 요구하지 못할 경우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거래 매출 의존도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럴 경우 카드사와의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과정에서 가맹점 협상 지위가 더욱 불리해진다. 결과적으로 영세가맹점은 대형가맹점과 달리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율 일방 인상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시킬 수 있는 앱투앱(App to App) 간편결제 서비스를 권유하는 가맹점들도 여전법 제19조제1항의 지급수단차별금지 조항에 저촉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지급수단차별금지 조치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지급결제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셈이다.
정부의 세원 확인을 위해 카드의무수납이 필요하다면 소액결제에 한해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판단, 신용카드 수납 거부가 가능토록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카드의무수납제의 완전폐지보다는 부분폐지가 현실적이다.
지급수단차별금지도 가맹점의 영업자율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급수단차별금지 폐지는 가맹점으로 하여금 비용이 낮은 결제 방식을 소비자 스스로 선택하게 해 영세가맹점의 이익을 보전하고, 시장의 공정가격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급수단차별금지의 폐지로 인해 현재 만연한 '현금지급 시 가격을 할인해준다'는 가맹점의 위법적 음성거래도 일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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