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의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한 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대해 허 부장판사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와 수집된 증거들의 내용 및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공정위 4급 이상 퇴직간부 17명의 특혜성 채용을 알선하는 데 지시 또는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26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는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를 앞세워 '퇴직자 관리 방안' 문건을 내부적으로 작성해 4급 이상 퇴직 예정 간부들의 재취업을 관리해왔다. 운영지원과는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에 퇴직 예정 간부들을 고문 등으로 채용하라고 압박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행정고시 출신 퇴직자의 경우 2억5000만원 안팎, 비고시 출신은 1억5000만원 안팎 등 연봉 가이드라인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자가 회사에서 물러나면 후임 퇴직간부에게 자리를 물려준 정황도 파악됐다.
특히 김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 외에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와 2016년 현대차 계열사에 자신의 자녀 채용을 청탁해 취업을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가 취업을 대가로 채용 기업에 대한 봐주기 조사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앞으로 관련 분야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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