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불공정 거래행위 또한 업계의 단골 ‘갑질’ 사례다. 정부는 2012년부터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시행해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있지만, 중소 납품업체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에 따른 통제는 ‘법 사각지대’를 해결하지 못하는 만큼 ‘상생’ 측면의 접근과 중소기업체의 유통경로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현대‧롯데‧신세계백화점과 AK플라자, NC백화점, 한화갤러리아 등 6개사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 위반 사항으로는 △매장 인테리어 비용 남품업자에게 부담 △계약기간 중 판매 수수료율 인상 △판촉 행사비 남품업자에게 부담 △경영 정보 제공 요구 등이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금지된 내용이지만 ‘을’인 납품업자들은 ‘갑’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호 공정위 유통거래과 과장은 “법을 만들고 집행한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거래 관행을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백화점과 중소업체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면서 조금씩 거래환경을 개선하고 있지만, (갑을 문제는) 유통업계에 불가피한 시장 구조적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화점 중소기업상생관이다. 백화점 입점이 어려운 업체 제품을 편집숍 개념으로 진열해 소개하고, 수수료는 20%로 저렴하게 책정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현재 중소기업상생관은 롯데백화점이 4개 점포로 가장 활발히 운영 중이고, 신세계 백화점은 1개 점포에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도 8월 중 서울 시내 점포에 중소기업상생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손성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유통산업부 부부장은 “중소기업상생관을 가장 먼저 운영한 롯데백화점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지금은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백화점에 강제적인 상생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일부 중소업체의 상품은 소비자 반응이 좋아 단독 점포를 여는 등 긍정적이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소기업이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통로를 다각화하는데 있다.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 이외에 오픈마켓, 모바일 플랫폼, 디지털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확보해 경쟁력을 찾는 방법이다. 다만, 최근의 유통 경로가 지나치게 다양화된 만큼 각 제품 특성에 맞는 유통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양석준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은 점포당 매출이 줄고 있고, 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홈쇼핑이나 모바일 쇼핑, PC 기반 인터넷 쇼핑 등에서 각 제품과 맞는 유통망을 찾아야 한다. 기존 유통망의 방정식을 갖고 새로운 유통망에 뛰어들면 안 되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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