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옌지(延吉) 거리에 초록색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눈에 띈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등 대도시보다 시기적으로 늦고 규모 또한 작지만, 중국의 신에너지(친환경) 자동차 열풍이 변경 지역인 옌볜(延邊)에도 어김없이 상륙한 것이다.
옌볜은 지난 4월 26일부터 신(新)에너지 차 전용인 초록색 번호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일반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했다. 파란색의 일반 자동차 번호판과 다른 신에너지 자동차의 초록색 번호판은 친환경, 에너지, 과학 등을 의미한다. 차량 번호는 일반 자동차보다 한 자릿수가 더 많다. 옌지시 교통경찰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초록색 번호판’이 발부된 신에너지 자동차는 72대다.
올 상반기 옌볜의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이 증가해 지린(吉林)성에서 상위 3위권에 들어섰다. 지난달 31일 옌지에서는 연간 신에너지 자동차 5000대, 전기자동차 5000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 설립을 위한 기념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생산 공장의 면적 24만㎡로 총투자비용은 20억 위안(약 3275억6000만원)이다. 또 연간 매출액 목표는 48억 위안으로 세웠다.
옌볜의 자동차 소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옌지의 자동차 보유량은 지난해 9월 기준 15만2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1가구당 차 한 대를 보유한 셈이다.
신에너지 자동차란 연료전지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순수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중국에서 일컫는 명칭이다. 옌볜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중국 대표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比亞迪·BYD) 차량이 대부분이다.
신에너지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연비다. 비야디 차량의 경우 32kW 배터리 용량으로 최대 80km를 달릴 수 있고, 충전 소요시간은 3~4시간이다. 전기요금은 7위안 정도로 1km를 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이 0.1위안에 불과하다.
충전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비야디의 신에너지 차를 사면 벽걸이형과 휴대형, 두 개의 충전기가 제공돼 220V 전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다. 현재 옌볜에는 총 50개의 실외 전기충전소가 있다. 이 중 40개는 옌지 도심 주요 지역에 설치됐다. 이 충전소를 사용하려면 전기요금 이외 서비스이용료를 1kW당 0.8위안씩 추가적으로 내야 한다.
옌볜은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 증가와 더불어 향후 1년 안에 주차장, 버스정류장 등에 충전소 50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결제서비스의 QR코드 스캔을 통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인프라 구축으로 신에너지 자동차 사용에 편리한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정부의 각종 혜택으로 비교적 저렴한 구매가격도 신에너지 자동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현재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점차 축소하고 있지만, 더블포인트제도, 전기차 구매세 면제, 보조금 지원 등 신에너지 차 대중화를 위한 간접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자동차 구매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중국의 자동차 구매 세금은 판매가격에서 부가가치세(17%)를 뺀 가격의 10%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판매가 10만 위안의 일반 자동차를 사려면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8만5500만 위안을 내야 한다. 또 이 가격의 10%인 8550위안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자의 경우에는 이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당국은 올해 초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 세금 징수 면제에 대한 공고’를 통해 지난해까지로 규정했던 자동차 구매세 면세기한을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연장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 구매세 면제 리스트도 새롭게 발표했다.
구매세 면제 이외 다양한 보조금 지원도 있다. 16만 위안의 비야디 신에너지 차를 살 때 중앙정부의 지원금 2만4000위안과 지방정부의 지원금 1만2000위안을 받을 수 있다. 또 제조업체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1만 위안 정도로 총 5만 위안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즉 자동차 구매세까지 면제받으면 기존 판매가격의 3분의 1가량이 줄어든 값으로 신에너지 자동차를 살 수 있다.
신에너지 자동차는 친환경, 운행비용 절감, 고효율 등의 장점이 있어 중국 젊은 세대가 선호해 20~30대가 주요 소비자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2017 중국 창춘(長春) 신에너지 자동차 박람회’ 개최 기간 총 427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는데, 구매자의 80% 이상이 20~30대의 젊은 소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높아진 환경보호 의식, 정부의 든든한 지원 등으로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옌지 자항(嘉航) 비야디 대리점 책임자는 “신에너지 차의 배터리, 엔진 등 기본 성능 수준이 아직 미흡한 수준으로 대대적인 향상이 필요하다. 또 배터리의 무거운 무게, 긴 충전시간, 짧은 유지시간 등의 문제가 여전한 상태”라며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정책, 법규, 기준 등도 부족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