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이 일본 도시바로부터 인수를 추진 중인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과 관련해 연내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 등 당사자와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영국의 전력수급 안정, 도시바의 경영 안정, 한국의 원전 해외진출이라는 3국의 공통이익이 달성될 수 있도록 관련 국가와 기관 간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정책관은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소멸했으나 도시바, 영국 정부와 협상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영국 정부도 한전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준해 한국과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와중에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4일 원전사업에 RAB(Regulated Asset Base: 규제자산기반) 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모델은 그동안 양국 정부가 협상한 발전차액정산제도(CfD)와 달리 영국 정부가 사업 리스크를 어느 정도 부담하는 방식이다.
영국 정부가 '규제자산'으로 지정한 사업에 지원패키지를 제공하고 건설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비용 초과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같이 분담하면서 한전의 사업 리스크가 낮아질 수 있다. 대신 영국 정부가 보장하는 수익성도 CfD 방식보다 낮아진다.
영국 정부가 새로운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산업부는 RAB 방식의 예상 리스크와 수익성 등에 대한 공동타당성 연구를 도시바에 제안했다.
도시바도 영국 정부 발표로 RAB 방식 검토가 불가피한 점을 인정하고 6월 중순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했으며, 지난달 30일 산업부와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한전, 도시바, 뉴젠이 런던에서 공동연구를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도시바는 한전을 최우선으로 RAB 방식에 기반을 둔 협상을 이어가기로 하면서도 지난달 25일 한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원자력업계에서는 경영 상황 때문에 뉴젠을 서둘러 팔아야 하는 도시바가 한전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협상 레버리지를 가져가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가 한전 외에 중국 등 다른 사업자와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원전사업 참여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비록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했지만, 한전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시바는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착공 직전 단계까지 진행했지만,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원전사업 손실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매각을 결정했다.
원래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으로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정부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도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동연구 결과가 나오면 한전 내부 심의와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연내에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문 정책관은 원자력업계 일각에서 나온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 정책관은 "6개월간 협상에서 영국 정부가 우리에게 탈원전이나 에너지전환 정책과 관련한 이 사업 영향에 대해 질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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