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인정하고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등 전시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외국계 기업의 권익 보호를 천명하며 '차이나 엑소더스'에 대한 방비도 강화했다.
무역전쟁 여파로 불거진 정권 위기설을 의식한 듯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중심의 영도 체제를 강조하며 공산당 내 기강 다잡기에도 나섰다.
◆中 "도전에 직면"··· 경제 안정 '방점'
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전날 시 주석 주재로 중앙 정치국 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제 운용 기조를 확정했다.
이번 회의는 팽배한 긴장감 속에서 개최됐다. 회의는 "최근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며 "외부 환경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회의 때만 해도 "대내외 형세가 뒤얽혀 복잡하다"는 정도의 짧은 표현이 등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수개월 동안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충격을 받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0.1% 포인트 하락한 6.8%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성장률은 6.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포인트 떨어졌다.
전날 발표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쉬훙차이(徐洪才)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6일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이 심화한 게 중국의 대내외 경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리스크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무역전쟁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회의는 "재정·통화 정책을 통해 내수 확대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유동성의 합리적 충족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주일 전 인민은행은 5000억 위안(약 82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 감축 속도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채를 무리하게 줄일 경우,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장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회의는 "취업·금융·교역·투자·외자유치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외국 기업·자본이 중국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쉬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으로)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지면서 외국 자본의 엑소더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산당, '시진핑 사상' 준수 강조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 공산당 기율 처분 조례'에 대한 심의로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열린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거치며 당장(黨章)에 삽입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회의는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영도를 수호하는 것이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라며 "엄격한 기율로 당을 관리하고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 개인숭배 풍조에 대한 외부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해 한동안 언급이 뜸했던 '시진핑 사상', '당의 영도' 등의 표현이 재등장한 것이다.
잇단 악재로 시진핑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에 대한 반감이 곳곳에서 표출되면서 정권 위기설이 불거지자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내부 기강부터 확립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의를 끝으로 중국 최고지도부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집중하게 된다.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이뤄지는 비밀 회동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 강도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열리는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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