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국립경기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EPA]
부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짐바브웨 임시 대통령이 끝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독재 통치가 종식됐다고 생각했던 국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유혈 사태가 빚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의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대선에서 5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유일한 경쟁자인 넬슨 차미사 민주변화동맹(MDC) 대표는 44.3%를 얻는 데 그쳤다. 1차 투표 최다 득표율이 50%를 넘긴 만큼 2차 투표는 치르지 않게 됐다.
다만 지난달 30일 동시에 실시된 대선과 총선의 개표 결과를 두고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야당 지지자 수백명이 수도 하라레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며 거리시위를 벌이자 군인이 실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최소 6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40여년 간 장기 집권한 전임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군부 쿠데타로 퇴진한 뒤 독재 정권이 종식됐다는 믿음이 커져 있던 만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12월부터 부통령을 맡아 온 음난가그와는 무가베 대통령에 이은 '2인자'로 군림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밀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기구의 수장을 지냈고 보안·재무·국방·법무장관 등 주요 정부 요직도 두루 거쳤다. 군부의 신임을 받고 있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무가베 대통령에게 해임된 뒤 신변 안전을 우려해 이웃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 여론이 조성되면서 혼란이 계속되던 가운데 무가베 대통령이 마침내 사임하자 그 다음날 귀국해 취임 절차를 밟고 임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부인 그레이스 여사와 함께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집권 37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음난가그와의 억압적 정치 스타일이 무가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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