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목표이익률을 3% 수준으로 맞추라고 지시한 게 드러났다. '당국은 시장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저축은행의 목표이익률을 3% 내에서 관리하라고 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서류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목표이익률을 얼마로 제한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다"면서 "대신 구두로 각 사에 목표이익률 가이드라인을 언급한 것은 맞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업계의 입단속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구두 지시' 또는 '구두 경고' 등 업계 단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며 한창 문제가 됐을 때도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하기 위해 각 업권별로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했다.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 수준을 당국이 정해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은 업계와의 간담회·미팅 등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한 수치를 제시하며 업계의 협조를 권하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강제 사항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실태 및 향후 감독방향'을 발표한 후 가진 브리핑에서 "금감원이 시장 가격(대출금리)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이 언급한 목표이익률은 사실상 시장 가격 개입과 다를 게 없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대출금리는 '대출기준금리(지표금리)+가산금리'의 합으로 결정된다. 가산금리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신용등급과 재산·소득·보증유무 등 위험요소와 인건비·전산처리비용 등과 같은 업무 원가, 각종 세금, 금융사가 부과하는 목표이익률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목표이익률은 '얼마만큼의 마진을 남기겠다'는 것으로, 각 금융사가 경영 실태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목표이익률을 포함한 가산금리 산정 기준은 각 금융사의 영업기밀 중 하나다. 은행은 기간별 경영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고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이 간접적으로 제시한 3%의 목표이익률은 저축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데 필요한 연체율·조달률·운용비 등의 원가를 빼고 3%의 마진을 남기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차주에게 100만원을 대출해주면 저축은행은 3만원 이상의 이익을 취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지침에 따라 각 저축은행은 실제 수익률을 3% 이하로 잡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뜻에 따라 목표이익률을 3% 밑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지난달 비용, 원가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자료를 기반으로 저축은행이 고금리대출을 통해 많이 번다고 지적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금리 산정 시 고금리대출을 일삼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기마다 고금리 대출 취급 저축은행의 현황과 대출 금리 원가구조를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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