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술개발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6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 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당초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투자·고용 계획 발표는 없었지만,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약속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김 부총리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혁신성장, 상생협력 등에 공감하면서 동시에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가 이날 회동에서 강조한 미래성장, 패러다임 전환, 동반성장, 소통 등을 언급한 뒤 "말씀한 부분에 대해 많이 공감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국민에게 지지받고 투자자와 협력사, 중소기업들로부터도 지지를 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명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이날 미래 대비, 상생협력, 국내외 투자자 신뢰 제고 등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정부에 바이오 산업의 규제 완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일부 규제에 대해서는 전향적 해결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영업비밀 상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바이오 산업에 있어서 몇 가지 규제에 대해 말이 있었다"며 "평택 공장 전력 문제나 외국인 투자 문제 등에 대해서 건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부회장의 요청에 대해 관계부처 등과 함께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개선하고 일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또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1·2차 협력사에 지원해온 스마트공장을 앞으로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사업장을 찾아준 김 부총리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는 김 부총리에게 "오늘 어려운 발걸음을 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어렵게 와 주셨는데, 저희가 너무 불평, 불만만 늘어놓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이 가치 창출과 일자리 창출 등 크게 두 가지에 대해 얘기를 했다"며 "삼성 측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발표할 내용이나 시기는 전적으로 삼성에 달렸다"고도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똑같은 한목소리만 나올 수 있느냐"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일축했다.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은 작년 6월 취임 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과의 만남은 대기업 총수급 인사로서는 다섯 번째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곧바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 초격차'가 유지돼야 한다"면서 혁신과 도전을 거듭 강조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간담회에는 DS 부문장인 김기남 사장을 비롯해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반도체 연구소의 EUV(극자외선) 개발 라인을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임직원들이 현장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월 착공한 화성 EUV 생산라인은 내년 하반기 완공돼 오는 2020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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