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국회의원들의 '한철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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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08-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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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폭염 법안 2년 지나 '재탕'

  • 20대 국회 1만4300건·계류 법안 1만477건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한낮 기온이 연일 40도를 넘나들며 전국이 가마솥처럼 펄펄 끓었다.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배부되는 날이 다가오자 에어컨 가동으로 '요금 폭탄'을 맞을까 좌불안석하던 민심도 들끓었다. 결국 정부·여당은 7일 여름철(7∼8월) 주택용 전기요금 1·2단계 누진제의 상한선을 각 100㎾h 올려 전기요금을 낮춰주기로 했다. 가구당 19.5%가량 요금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시적인 전기요금 인하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말 그대로 '한시적' 제도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라고는 볼 수 없다. 기후 변화로 해마다 폭염은 더 심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중장기적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폭염도 재난이라는 법적 근거를 우선 갖춰야 하므로 법을 만드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런 '한철 법안'을 땜질식으로, 상습적으로 발의한다. 이슈가 지나가면 이런 법안들은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게 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6년 여름에도 여야는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다. 대표적인 법안은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이 골자인 '전기사업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됐다. 그러나 폭염이 풀리자 논의는 흐지부지됐고, 20개 가까이 되는 폭염 관련 법안은 2년째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그러다 올여름 폭염이 또다시 고개를 들자, 조문만 몇 군데 바꾼 '재탕 법안'이 봇물을 이뤘다.

비단 폭염 관련 법안뿐만이 아니다. 미세먼지, 화재,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 관련 법안 대다수가 그렇다. '미투 법안'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퍼지자 국회는 들불같이 들고 일어났다. 몇 달 새 발의된 법안만 42건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때뿐이었다.

수개월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를 관련 법을 발의한 의원에게 물었다. 혹시나 알지 못한 여야 쟁점이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그런 논의가 있었나. 나는 그 상임위 소속이 아니라 논의 내용을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기억조차 못하는 국회의원의 수준에 좌절했다.

어느덧 20대 국회 중반기를 지나 21대 총선 이야기가 나온다. '한철 장사용' 법안 찍어내기보다 낳은 법안을 잘 기르는 데 신경쓸 때다. 이날까지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1만4300건이며, 계류 법안은 1만477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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