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의 폭염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금융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카드업권은 온라인 쇼핑 증가로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보험업권은 손해율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업계는 폭염으로 인해 수익 증진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카드 승인실적에 따르면 도매 및 소매업 카드 승인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1% 증가한 93조8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선풍기·에어컨 등의 냉방제품 구매가 증가했고, 더운 날 길거리에 나가서 쇼핑하는 사람이 줄면서 온라인을 통한 구매 수요가 꾸준한 덕분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로 인해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보다 온라인을 통한 배달음식 이용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한 피서를 백화점이나 마트, 쇼핑몰로 가서 식사와 여가를 한 번에 해결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더위로 인해 택시 탑승률이 늘어났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나 아이스크림 가게와 같은 가맹점 사용액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는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높은 지열로 인해 타이어 펑크, 엔진 과열 등의 자동차 사고가 급증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6년과 2017년 6~8월, 올해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총 233일간 교통사고 접수건수 186만6083건을 분석한 결과,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사고접수 건수는 평균 1.2% 증가했다.
손해보험업계는 근심이 크다.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2.6%로 적정 손해율인 77%를 상회했다. 손해보험협회는 2분기에는 손해율이 8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8월이 끼어 있는 3분기에는 손해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가 1% 늘어나면 손해율은 0.8% 정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면서 "정비 수가 문제까지 맞물려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과수 및 축산농가는 비상에 걸렸다. 햇볕 데임(일소)으로 인해 농작물이 죽거나 가축이 폐사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오전 기준 전국 15개 시도에서 축구장 216개 크기와 맞먹는 면적의 농작물 햇빛 데임 피해가 발생했다. 폐사한 가축 수는 총 31만8233마리에 달한다.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보험금 기준 163억4400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더위에 온열 질환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6일 기준 온열 질환 환자는 332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배 급증했다. 온열질환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최대치다.
반면 은행의 경우 날씨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때문에 지점을 개방하고 냉방용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달 31일까지 전국 곳곳에 있는 지점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한다. 금융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편히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지점과 ATM 이용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생수 등의 음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은행들의 기부도 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전국 쪽방촌에 얼음생수, 선풍기, 냉장고 등을 긴급 지원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대훈 은행장이 지난달 30일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해 선풍기 200대를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취약계층 대상 위문 방문과 필요 물품을 지원하는 돌봄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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