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데 이어 폭염 장기화로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배달 직원들이 기록적인 폭염 장기화에 따른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씨(전 알바노조위원장)는 7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맥도날드 목동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박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 본사와 시내 주요 매장을 돌며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를 위해 이 같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롯데리아·버거킹·도미노피자·피자헛·BBQ 등 배달 업무 종사자들과 뜻을 모아 ‘라이더 유니온’을 만들고 집단행동을 준비 중이다.
맥도날드는 폭우나 폭설이 내릴 경우 배달구역을 제한한다. 비나 눈이 많이 오면 배달 한 건당 기타수당 400원에 100원을 더 지급한다. 이 같은 수당 기준은 롯데리아 등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재난급 폭염’에도 같은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폭염 경보는 6~9월 하루 최고기온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린다. 최근 기온대로라면 거의 매일 오후 폭염 경보 상태인 셈이다.
박씨는 얼굴 전체를 덮지 않고 반만 가리는 오토바이용 헬멧과 편안한 복장 등의 세부적인 지원도 요구했다.
현재 롯데리아 배달원인 A씨는 “폭염에도 본사에서 지정한 불편한 유니폼을 입고, 개인 구매한 여름 팔토시 하나에 의지해 배달을 나간다. 규정상 지정돼 있는 폭우나 폭설에도 배달을 제한한 적은 없다”며 “택시도 심야에는 할증료가 붙듯이, 야간배달은 사고위험이 많아 심야수당도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롯데리아는 폭염이 시작한 지난 7월 배달 서비스 주문건수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40% 이상 늘었다. 배달원 입장에서는 전년 대비 일하기 힘든 환경에 업무량은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별다른 폭염 지원책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햄버거는 매장 판매가와 배달가를 500~1000원 차등을 둬 서비스하고 있고, 최소 주문 가능액도 정해두고 있다. 치킨도 올해부터 배달비를 2000원가량 따로 받고 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이나 배달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가 음식값에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배달은 기본급에 한 건당 인센티브가 붙는 방식이다. 폭염 경보가 발동했을 때 배달 구역을 제한해 달라는 요구는 매장에서 나가지 않고 대기만 하겠다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올여름이 이렇게 길게 더울 줄 미리 알았던 사람이 누가 있나. 노동 강도가 올라간 건 있지만 배달 건수가 늘어나면 본인들 수당도 같이 올라간다. 정부에서도 폭염을 자연재해로 인정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폭염 수당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지역별로 날씨가 현저하게 다를 때도 있는데 그러면 임금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