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이 올해 하반기 들어 모처럼 상승 반전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바닥 다지기를 끝내고 대세 상승기로 전환하기보다는, 계절적 요인으로 제한적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지난 2월 셋째 주 하락 반전된 이후 18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이어갈 정도로 올해 상반기 극심한 침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6월 마지막 주 보합세로 전환된 후 하반기인 7월 첫째 주부터는 거래가 증가하며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는 등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일각에서 대세 상승기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전세 거래시장은 강·남북 전역에 걸쳐 세입자들의 손 바뀜이 잦고, 우수한 입지 및 인프라를 확보한 단지들이 많아 현재와 같은 제한적 강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최근 수개월간 전셋값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면서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에 비해 역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겼고, 지역 곳곳에서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수요가 발생하는 것도 제한적 상승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압박이 여전하고, 매매시장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구조에 놓여있는 만큼 큰 폭의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내 단일 아파트 중 최대 규모(9510가구)를 자랑하는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헬리오시티’가 12월에 입주하는 것도 전세시장 상승세에 제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전세시장이 모처럼 상승반전한 것은 예년보다 가을철 성수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라며 "좋은 물건을 선점하려는 세입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약 10년 전보다 전세시장 성수기가 1~2개월가량 빨라졌다. 올 연초에도 1~2월까지 전세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갑 위원은 "최근 가격이 상승한 관성으로 인해 향후 서울 전세 시장이 3~4개월 정도는 무리 없이 현재 수준의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빠르게 월세시장으로 전환되는 중소형의 경우 매물을 구하기 더욱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최근 서울 전세시장이 상승 반전됐다고 해서 대세 상승을 논하긴 조금 이르다. 정부가 주택시장 전체에 규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만큼 전세시장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단 최근 서울 전세시장의 상승세를 강남권으로 압축해서 살펴보면 강남구나 서초구 정도를 중심으로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지역은 사실 전세가격이 오른다기보다 그간 떨어졌던 가격이 다시 회복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가격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반면 서울 송파구는 당장 연말에 공급되는 헬리오시티로 인해 일시적 공급 과잉 현상이 더해져 가격이 하향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게다가 강동구 고덕동 일대는 최근 2년 사이에 분양한 단지들이 줄줄이 입주하고, 인근에 위례신도시도 있어 전세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전세시장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이어져야 하는데 아직 서울 시장은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송파나 강동 등 남동권은 12월 헬리오시티 입주로 비교적 전세가격이 안정적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은진 팀장은 "무엇보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전세시장은 매매시장의 흐름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 매매시장 역시 앞으로 계속 탄력을 받을지 미지수다. 전세시장이 장기적 측면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낼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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