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테슬라 쇼크'로 들썩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비공개로 바꿀 수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무려 10.99%나 상승하며 379.57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새 37.58달러나 뛴 것이다.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발언이 과연 현실화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테슬라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것"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약 47만원)에 비공개회사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자금은 확보돼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전일 주가인 340달러에 비해 무려 80달러 가까운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주식을 공개 매수할 수 있다고 한 셈이어서 주가가 급등했다.
머스크는 이 트위터 발언 뒤 블로그에 올린 성명에서 비공개 전환 여부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며,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테슬라가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비공개)이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머스크는 심한 주가 변동으로 테슬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개회사로 시장에 상장돼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이는 회사를 공격할 명분을 가진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공개 상태로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완벽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머스크는 테슬라의 성장세가 좀 더 완만해질 때 공개시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만우절에 테슬라가 자금난으로 파산했다는 농담을 트위터에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자금난을 비꼬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는 빈축을 샀다.
일부에서는 머스크가 '비공개'를 위한 구체적 자금 마련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주가가 360달러 위로 올라갈 경우 테슬라는 내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 9억2000만 달러의 부채를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금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을 마련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꿈으로 평가받는 주식" 호평 뒤엔 끊임없는 '의심'
테슬라는 지난해 전통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면서 주식시장에서 촉망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2016년 말만해도 주당 178달러에 불과하던 주가는 지난해 300달러 대에 진입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스튜어트는 테슬라의 주식을 '스토리 주식'이라고 부르면서 "테슬라는 틀에 박힌 주식평가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향후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 전망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역시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비전을 사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올해 들어 자율주행차 사고와 자금 위기설 등이 겹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보급형 전기차 ‘모델 3’ 양산에 차질이 생기며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자 주가는 심한 부침을 겪었다. 테슬라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보여주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만을 이야기하며 투자자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 테슬라는 지난 1일 올 2분기에 7억1750만 달러(약 803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당시 올해가 수익을 내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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