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카카오의 향후 카카오뱅크 지분 확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현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이 정착하는 데 현행 은산분리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제한을 최대 34~50%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 등을 국회가 통과시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다.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은 4%, 의결권이 없는 지분은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소유가 제한된다.
해당 규제가 완화되면 현재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10%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확대가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한국금융지주로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는데, 카카오의 지분이 15% 이상으로 확대되면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발동시킬 여지도 충분하다.
이 같은 이유로 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발언 직후 카카오 주가는 장마감 기준 6500원(5.73%) 오른 12만원까지 뛰었다. 규제 완화로 카카오뱅크에 대한 카카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은산분리 규제가 다소 완화되더라도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 확대를 통해 1대주주로 올라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자산규모 8조5000억원으로 준대기업 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카카오가 향후 자산 10조원을 넘어설 경우,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돼 특례법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총수가 없는 KT는 케이뱅크에 추가 지분 투자가 가능해지지만 카카오의 경우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설 경우 오히려 특례법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제한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네이버와 인터파크 등 I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IT 기업만큼은 개인 총수 있는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대주주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예외 적용해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자본과 기술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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