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를 빠르게 불려온 코스닥 벤처펀드가 '과속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8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 코스닥 벤처펀드(공모형) 수익률은 전날까지 3개월 동안 -2.3%를 기록했다. 올해 4월 출시 이후 공모형 벤처펀드에 7700억원가량이 들어왔고, 사모형 벤처펀드로는 2조원 넘게 몰렸다.
공모형 벤처펀드 12개 가운데 약 83%에 해당하는 10개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내놓은 벤처펀드는 3개월 만에 6.6%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12개 벤처펀드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설정액이 3700억원으로 가장 많은 KTB자산운용 벤처펀드도 1%대 손실을 기록했다.
자금이 한꺼번에 몰렸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벤처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이 크게 뒷걸음질쳤다.
애초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를 우선 배정해주는 덕분에 인기를 모았었다. 정부는 코스닥에 자금을 50% 이상 투자하면 공모주 물량 가운데 30%를 먼저 받을 수 있게 했다. 4~5월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크게 높았던 이유다.
당시 현대사료 청약경쟁률은 1690대1에 달했다. 상반기 최고 기록이다. 링크제니시스(1184대1)와 파워넷(1144대1), 린드먼아시아(1039대1), 제노레이(1028대1)도 1000대1을 넘어섰다.
괜찮은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지자 비우량 전환사채(CB)를 사들이는 사례도 나타났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일정 자산을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억지로 조건이 나쁜 CB를 편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CB를 대주주에만 유리하게 발행하는 바람에 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비율이 크게 뛰었다. 콜옵션은 전환사채를 사들인 투자자에게 되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즉, 주가가 올랐을 때에도 낮은 행사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마저도 대형 자산운용사만 독차지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에는 CB 발행을 맡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부 소형사는 벤처펀드 설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러는 바람에 공모주 우선 배정에서도 밀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섰어야 했다"며 "취지는 좋은 상품이지만, 제도는 보완해야 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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