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인가에서 고배를 마신 SK텔레콤이 재도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산분리는 일반 기업이 은행의 지분을 최대 10%를 소유할 수 있고, 이 중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로 제한하는 규제다.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적인 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점포 없이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에 전통적인 금융사 대신 혁신성을 갖춘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운영 전반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은산분리 규제는 이를 막는 걸림돌로 지목받아왔다. 현재 국회에는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3건이 발의된 상태다. 일반 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 혹은 50%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 참여할 유력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SK텔레콤이 1순위로 거론된다. SK텔레콤은 2015년 9월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최종 인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업계와 협업해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사업 기회를 지속해서 모색해왔다. 실제 SK텔레콤은 2016년 9월 하나금융그룹과 합작 투자해 핀테크 기업 ‘핀크’를 설립하고, 지난해 9월 법인명과 동일한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를 론칭했다.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자산형성과 소비습관 등을 돕는 핀테크 서비스다. 핀크 서비스 출시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핀테크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 이동통신 2위 사업자 KT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전면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SK텔레콤의 금융업 진출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KT는 케이뱅크 체크카드 실적에 따라 월 최대 3만원의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등 통신‧금융을 융합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가 요금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이 같은 통신비 부담 완화 혜택은 가입자 확보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통신과 금융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가입자 기반의 사업 모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케이뱅크는 KT 고객의 통신요금 납부 내역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 기존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고객의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종합 ICT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공식 선언한 만큼,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업인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SK텔레콤이 KT와 케이뱅크의 사례를 재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 5건 중의 2건은 개인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회 법안 심사에 따라 SK텔레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SK텔레콤 측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재도전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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