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로 인한 경제 우려에 터키 리라와 러시아 루블 가치가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터키 리라는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추락하면서 고전 중이다. 10일 리라 가치는 전일비 3% 더 떨어진 달러당 5.7리라를 기록,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절대 권력이 강화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 구금으로 인해 미국과 갈등하면서 리라 약세가 가속됐다. 미국은 터키가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거부하자 1일부터 압둘하미트 귈 법무장관과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에 나섰고 그 여파로 리라는 8% 급락했다. 터키 대표단은 미국과의 갈등 해결을 위해 9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지만 목사 석방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런던 소재 라보뱅크의 마이클 에브리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제재를 더 옥죌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터키 국내 문제들도 리라 표시 자산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10년물 터키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리는 60bp 오르며 19.67%을 기록했다. 터키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 대외 부채도 급증하고 있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제재에 흔들리는 것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9일 하루에만 달러 대비 5% 추락하고, 러시아 벤치마크 주가지수는 9%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8.240%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무부가 8일 러시아에 국가 안보 관련 품목의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한 영향이다. 국무부는 올해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부녀의 독살시도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제재 부과를 결정했다.
이번 제재의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을 다짐하는 등 양국 관계가 급랭될 경우 양국 간 항공편 보류, 러시아산 상품 수입 제한을 포함해 미국이 2차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취약 국가들의 통화가치에 하방압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이 여타 국가에 비해 무역갈등에서 우위에 있고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적자 감축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발 무역전쟁은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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