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재벌개혁뿐만 아니라 조직 혁신방안 마련, 혁신성장 동참 등 갈 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정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신영선 전 공정위 부위원장마저 구속된 가운데 지철호 현직 부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가속화될 예정이어서 김 위원장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신영선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재취업을 도운 혐의 등을 받아 지난 9일 구속됐다. 정재찬 전 공정위 위원장에 이어 김학현 전 부위원장까지 합해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특혜와 관련, 전직 공정위 간부 3명이 연달아 구속됐다. 여기에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구속 수사를 벌일 태세다. 검찰은 또 지철호 현 공정위 부위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 필요성에 대해 아직은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신 전 부위원장의 구속에 대해 공정위로서도 상당히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신 전 부위원장이 구속 혐의를 받는 시기는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 이전이지만, 김 위원장과 함께 수개월 동안 공정위를 이끌어왔던 만큼 공정위 내부는 침울한 상태다. 지철호 현직 부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역시 종결되지 않아 김상조 위원장에게도 적잖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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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검찰의 수사를 두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대한 공정위와 검찰 간의 기 싸움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은 현재 김상조 위원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업무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면개편안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최근 제시한 최종보고서보다는 다소 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계열사 지분요건 강화와 자회사 규제 대상 등 다소 강화된 안이 특위에서 나왔지만,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는 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재벌개혁 이외에 김상조 위원장이 혁신성장 정책에도 관여하는 만큼 다소 ‘포용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김상조 위원장은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 적극 참석하며 정부의 혁신성장 추진에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벤처지주회사제도와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논의해 발표하기 위해 휴가까지 반납할 정도다. 혁신성장과 관련, 김동연 부총리 주재의 장관회의나 행사에 김 위원장이 출석률을 높이며 경제팀의 싱크탱크 역할에도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실추된 공정위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 혁신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공정위의 인사 제도가 퇴직자의 재취업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연신 공정위와 김 위원장을 공격하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즈음, 혁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할 일 많은 김 위원장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정계, 학계, 재계를 불문하고 김상조 위원장의 경제에 대한 폭넓은 역량을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경제검찰인 공정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결사로서의 역할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능력은 다 알고 있고 그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도 공감이 간다”면서 “현재로서는 공정위가 또다른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제도 개선 이외에도 내부 조직 쇄신이 중요한 만큼 공정위에만 집중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조직 내 혁신안 마련을 위해 직원과 외부 전문가간 의견 수렴을 벌이고 있다”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발표 등 이슈가 많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진정성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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