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BMW 차량 화재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520d 모델은 최근 2년간 수입차 최고의 베스트셀러 모델이었기 때문에 다른 차량의 화재보다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선 워낙 관심의 대상이다 보니 언론에서 다뤄지는 만큼 실제 사고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고, 자동차 소유자나 관리자의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고민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차량 구매 기간이 3~4년 지나 무상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끝난 시점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주로 운전자의 차량관리 잘못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운전자나 소유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여서 소비자가 법적으로 업체를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정부도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 방관하는 상태다 보니 소비자는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애매모호한 연식의 자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원인을 추적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국내에는 전무하다. 자동차 화재의 경우 자동차의 결함이 지속되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는데도 말이다.
이번 BMW 차량 화재의 경우는 짧은 기간에 단일 모델 차종에 여러 건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조사에 들어갔고, 리콜 결정까지 이어졌다. 만약 간헐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일반적인 화재로 묻혀버렸을 수도 있다.
연간 국내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화재는 5000건이 넘는다. 매일 13~14건씩 발생하는 셈이다. 그만큼 주변에 자주 있는 사고로 볼 수도 있지만, 연식이 3~4년 이내의 경우는 자동차의 결함이거나 그 이상일 땐 예외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번 BMW 차량 리콜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10만명 이상의 리콜대상 차량 차주들은 불안감을 안고 운전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와 관련 리콜대상 차량을 운전해도 되는지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는데, 지금 같은 폭염에선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런 역할도 필자가 아닌 정부 등 관련 부처가 해야 할 임무다. 문제는 커졌는데 조치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도 그 역할을 충실히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전조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 최근 단일모델에서 연쇄적 화재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금도 차주들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폭염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본격적인 휴가철인 만큼 화재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리콜 발표 이후에도 이미 해당 모델을 비롯해 여러 모델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자동차업계의 걱정은 늘고 있다.
앞으로가 문제일 것이다. 리콜은 8월말부터나 시작될 것이고 대상 차량이 10만대가 넘기 때문에 내년 중반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 특히 정확한 원인과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리콜을 진행하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정부와 BMW코리아는 이번 리콜에 대한 각종 의문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같은 부품이 들어간 해외 차량은 화재 사고가 없는데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이유와 함께 많은 차종 중 왜 520d 모델만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지 의문을 풀어야 한다. 또, 리콜발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완전한 리콜이 가능한지도 밝혀야 한다.
기존 화재 차량에 대한 보상이나 소비자 배려를 통해 소비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BMW코리아가 그동안 국내의 자동차 문화와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만큼 이번 리콜 문제도 정확하면서도 신뢰성 있게 해결해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
정부는 더욱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방관자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신속히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해결해주는 임무는 당연한 소임이다. 더욱이 자동차 분야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후진적인 부분이 많고 나쁜 관행도 많이 남아있는 만큼 신속히 해결해주는 시스템 구축도 중요할 것이다.
이번 BMW 차량 리콜은 워낙 대수도 많고 현재 진행형인 심각한 문제인 만큼 더 이상 화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가 철저한 준비와 구체적인 실행으로 불안감을 낮춰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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