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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위관료 "美 농민, 최대시장 뺏길 것"…트럼프 '약한고리'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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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8-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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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부 차관, 관영매체 통해 美 비판

  • 경쟁국 中시장 노려, 美 되찾지 못해

  • '팜 벨트' 자극, 내부 동요 야기 전략

한쥔 중국 농업부 차관(왼쪽)과 중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대두.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 고위 관료가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미국산 농산품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팜 벨트(Farm Belt·중서부 농업지대)'를 공략해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농산물 수입, 美 대체할 곳 많아

12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한쥔(韓俊)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차관)은 일부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농민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개척해 온 중국 시장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한 부부장은 "양국의 무역 마찰이 심화할 경우 미국 농가가 받을 충격은 예견된 일"이라며 "미국 농산품은 중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시장 점유율도 하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국들은 미국이 잃은 시장을 점유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이들 국가가 믿을 만한 공급상이 된다면 미국이 다시 시장을 되찾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고위 관료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 측의 약한 고리인 농업 분야를 파고들어 내부 동요를 일으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부장은 "양국의 무역 협상에서 농업은 항상 핵심 의제 중 하나"라며 "지난해 중국의 대미 농산품 수입액은 241억 달러인 반면 수출액은 77억 달러로 164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엄청난 규모의 대중 무역적자를 빌미로 무역전쟁을 일으켰지만 농업 분야의 경우 미국이 거액의 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한 부부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국가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필요한 반격에 나섰다"며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미국산 농산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6월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며 대두, 곡물, 면화, 육류, 과일, 견과류, 담배 등 517개 품목의 농산품을 포함시켰다. 금액으로는 210억 달러어치다.

이어 6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추가로 5~25%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가운데 29억 달러 상당의 농산품 387개 품목이 포함됐다. 식용유, 채소, 커피 등이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농산품 대부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한 부부장은 "광범위한 의견 청취와 면밀한 영향 평가를 거쳐 관세를 매길 미국산 농산품을 선정했다"며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인해 중국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농산물 수입 확대는 중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미국 농업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교섭과 협상을 통한 갈등 해소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두 수입 중단, 美 서서히 타격받을 것

미국산 농산품 중 대중 수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대두(콩)다. 지난해 수출액은 139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9000만t 정도다. 지난해 가축용 단백질 사료의 소비량은 1억500만t, 콩깻묵 소비량은 7330만t에 달한다. 미국산 대두 수입이 감소할 경우 중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부부장은 "대두와 식용유 공급선 다원화, 단백질 함유량이 적은 사료 개발·공급, 국내 대두 재배 확대 등으로 미국산 대두 수입 감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미국 측 손실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대두 생산량은 연간 1억t 정도로 절반 가량을 해외 시장에 판매한다.

한 부부장은 "무역 마찰이 없었다면 올해 3000만t 이상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했을 것"이라며 "지난달 6일 이후 수입이 중단된 상태"라고 확인했다.

이어 "오는 10월부터 미국산 대두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풀리면 중국의 관세 부과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며 "대두 가격 하락, 수출 압력 증대 등으로 미국 농가가 손실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부부장은 "유럽연합(EU)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리기로 했지만 지난해 EU의 전체 대두 수입량은 1365만t 정도"라며 "전부를 미국산으로 수입할 수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하더라도 중국 시장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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