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 전세계가 성폭력과 여성의 인권 문제를 깊이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 여성 성폭력의 문제이자 인류 보편적 여성인권의 문제"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커지며 아시아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용기를 줬다"며 "국제사회 논의도 크게 진전시켰다. 유엔의 모든 인권기구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거의 매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결의와 권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피해자 할머니들도 자신들의 명예회복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나비기금을 통해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할머니들은 '우리는 아파봤기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아픈지 압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울림이 너무도 크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은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승화시켜 인권과 평화를 실천하고 계신다"며 "우리는 아픈 상처를 넘어 세계 여성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진실을 외면했던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광복 후에도 오랜 세월 은폐되고 부정됐다. 할머니들은 가족들에게도 피해를 말하지 못한 채 고통을 삼키며 살았다"며 "국가조차 그들을 외면하고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7년전 오늘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생존자 중 처음으로 피해사실을 공개 증언했고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할머니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복원해낸 것은 국가가 아니라 할머니들 자신이었다. 침묵의 벽을 뚫고 나온 할머니들은 거리에서, 강연장에서, 법정에서, 한국에서, 일본에서, 세계 각국에서 피해를 증언하고 호소했다"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께서 잃어버린 세월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세월이다. 대한민국은 할머니들께 많은 것을 빚졌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일 광복 73주년을 맞지만, 고령이 되신 피해자 할머니들께는 여전히 광복은 오지 않았다.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며 "'위안부' 문제는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지속적인 소통에 성의를 다하겠다.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할머니들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존중할 것"이라며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기념사업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시민사회, 학계의 노력으로 진실의 뼈대는 드러났지만, 아직 길이 멀다"며 "기록의 발굴부터 보존과 확산, 연구지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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