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디폴트 급증" 중국, 신평사 손보기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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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8-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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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위 다궁국제, 증감회로부터 1년 영업정지 처분

  • 신용평가 회사로부터 거액 자문료 챙겨…독립성 훼손

  • '중국판 무디스' 꿈꾸던 신평사…사실상 사망선고

  • 외국계 신평사 중국시장 진출 '가속도' 전망

[자료=다궁국제 웹사이트]


중국 민간 신용평가회사 '다궁(大公)국제'가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1년간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장은 최근 중국기업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하는 책임 일부분이 신평사에 있다고 보고, 본보기로 다궁국제를 손 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신평사의 중국 시장 진출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채권 디폴트 '원흉'···신평사 '손보기'

중국은행간시장거래상협회(협회)와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다궁국제에 대해 향후 1년간 채권·주식 신용평가 업무를 하지 못 하게 엄벌을 내렸다고 21세기경제보 등 현지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궁국제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신용등급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 채권 발행 기업에 자문 컨설팅을 제공해 고액의 비용을 챙겨왔다. 이는 신평사의 공정성, 독립성 규정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밖에 다궁국제가 당국에 제출한 일부 기업 자료가 부실하거나 허위로 조작됐으며, 일부 고위급 경영진과 평가위원의 자질이 수준 미달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다궁국제는 당국의 도움 아래 자사 문제점을 철저히 개선해 합법적 운영을 약속했지만 1년후 업무 정지가 풀린다 하더라도 업무가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는 사실상 다궁국제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올 들어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채권 디폴트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6월말까지 중국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165억 위안(약 2조75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207억 위안의 80%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 대부분이 'AA' 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이로 인해 중국 신용등급 평가 시장에 만연했던 신용등급 부풀리기 등 문제가 불거지며 중국 신평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인민은행, 증감회, 협회 등이 공동으로 신평사의 신용등급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집중 조사했고, 이에 따라 다궁국제의 불법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중국판 무디스' 꿈꾸던 中 4위 신평사

1994년 설립된 다궁국제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인민은행과 국무원이 공동 비준해 승인한 전국 규모의 신평사다.  올 2월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시키고,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다궁국제는 미국의 급등하는 부채가 재무 건전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앞서 2009~2010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는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국제 3대 신평사가 너무 정치적이며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12년에는 러시아 신용평가사와 손잡고 '세계신용평가그룹'을 설립해 구미 중심의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중국판 무디스'를 꿈꾸기도 했다. 

 

중국 신용평가 시장 점유율. [자료=윈드사]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다궁국제가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채권은 2400개로, 현재 중국 신용평가 시장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인 중청신(中誠信) 30.24%, 롄허즈신(聯合資信) 23.79%, 상하이 신세기(新世紀) 16.81%에 이은 4위다.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8월 17일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채권 디폴트 누적 건수는 모두 213건이다. 이중 다궁국제가 신용평가를 담당한 채권 13건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 다궁국제는 해당 채권에 모두 'AA' 등급 평가를 내렸다. 

◆ 외국계 신평사, 중국시장 진출 속도 내나

시장은 다궁국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중국 국내 신평사들이 처벌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중국 비(非)금융 회사채 시장에서 'AA' 등급 이상 신용평가를 받은 채권이 90%를 넘게 차지한다. 외국 신평사와 비교하면 과대평가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로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는 AA+ 등급 이하 채권은 사실상 '정크본드'로 간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제 3대 신평사가 수십년, 백년 넘게 발전해 온 것과 달리 중국 신용평가 시장은 아직 발전 초기단계다. 특히 신용평가는 채권 발행 과정의 일부분으로, 신평사 지위는 높지 않았다.  대다수 신평사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데이터베이스나 기술 면에서 국제수준과 비교적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신평사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미 올 3월말 외국계 신평사들에게 중국 신용평가 시장을 개방했다. 그동안 외국계 신평사들은 중국에서 본토 회사와 합작하는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왔다. 무디스가 중청신과 합작 형식으로 업무협력을 진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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