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이 직무전환교육 등을 추진하며 유휴인력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꺼내든 이유는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 전체의 유휴인력 문제와도 엮여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유휴인력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주력 회사인 현대중공업이다. 해양플랜트 일감이 완전 고갈돼 이 사업부문에서만 2600여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한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5일께 해양 공장을 가동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발생하는 유휴인력의 규모가 커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게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해양플랜트사업본부 내 육상플랜트 부문도 일감이 줄어들고 있고, 조선사업본부와 엔진기계사업본부도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유휴인력을 해소하기 위해선 순환 유급휴직 등을 실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일감부족 상황이 너무 장기화된 나머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년간 일감부족에 시달려온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발생한 유휴인력에 대해 순환 유급휴직 등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은 회사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더 이상의 유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299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휴인력 해소방안에 골머리를 썩이던 사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이라는 초강수를 내걸었다. 고용인원을 유지하며 현재의 일감부족 사태를 이겨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고정비를 줄이지 못하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일감 공백상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면할 수 없다”며 “고용과 회사의 경쟁력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유휴인력의 무급휴직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유급휴직과 직무전환 등으로 유휴인력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무급휴직은 생계를 돌봐야 하는 근로자들에게 있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업계에선 사측이 추진하는 무급휴직은 노조는 물론 휴직에 돌입하는 근로자들 개인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결국 무급휴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유휴인력 해소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무급휴직에 합의한다 해도 휴직에 돌입하는 개개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가 무급휴직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회사의 어려움을 감안해 구성원이 임금 반납 등 고통분담을 하는 것이 유휴인력 문제를 해소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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