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가 오히려 고발을 더욱 늘려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일제히 우려했다. 일각에선 검찰의 개입 여지가 커진 데 따라 '정치 검찰'로 인한 폐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영 위축 불 보듯 뻔해"
21일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대기업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 뻔하다"면서 "이렇게 되면 경영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족쇄가 생기는 것"이라며 "아직 합의안이 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어떤 여파가 있을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모든 기업들이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이런 반사회적 행위를 엄정히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재계는 줄곧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정위의 설립은 사실상 전속고발권을 기초로 한다"면서 "이를 폐지할 경우 소송 남발이 크게 우려돼, 정부 측에 수차례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는 대기업이 전속고발권을 방패막이 삼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이는 합리적인 측면을 간과한 것"이라며 "오히려 소송 증대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물론 법을 잘 지키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면서 "공정위뿐만 아니라 검찰도 직접 수사가 가능해지는 만큼 분명 기업에 좋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지털기식 검찰 수사 우려··· 시스템 보완해야"
재계에선 공정거래 사건의 경우 워낙 복잡한 데다 불공정거래 여부, 경쟁 제한성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만큼 사실상 대부분이 고발 대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개입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이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은 공정위보다는 검찰 수사에 더욱 부담을 느낀다"며 "재계가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 이름을 올린 주요 기업 대부분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삼성의 경우 노조 와해 의혹 등으로 올해에만 압수수색을 20여 차례 받았다. LG그룹,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검찰 입장에선 성과를 내기 위해 먼지털기식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그동안 캐비닛에 묵힌 대기업 관련 사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면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에서) 쥐게 되는 패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자진신고자 감경제도(리니언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형사 면책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사법당국과 공정위가 중복수사하지 않도록 하는 등 시스템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사가 들어올 경우 기업들은 정신을 못 차릴 것"이라며 "중복 수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일부 사건을 보면 사실관계가 결론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무분별하게 보도된다"면서 "이미지가 중요한 기업 입장에선 굉장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방안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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