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직 사퇴…수덕사로 떠나

"잘못된 한국 불교 변화시키지 못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입을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설정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직을 내려놨다.

설정 스님은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조계사에 들러 참배하고, 신도 및 종무원들과 인사한 뒤 오후 1시 45분께 차를 타고 수덕사로 떠났다.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거듭 부인했다. 또 종단 개혁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 일부 기득권 세력을 비판했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으로서 1994년 개혁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싶었으나 종단을 소수 정치권승들이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며 "사부대중이 주인이 되는 종단을 만들기 위해 종도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선 "그런 일이 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나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진실로 나를 보호해야 할,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10개월 동안 수많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대중의 불신을 받았다"며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만들어서 8월 말까지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도 내몰렸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의 윤리와 도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

설정 스님은 "불교의 위대한 진리를 스스로 수용하고 국민에게 나눠줘서 희망과 용기, 기쁨을 줄 수 있는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내 자리와 먹거리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불교개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 퇴진은 원로회의 총무원장 불신임안 인준 여부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계종 중앙총회는 지난 16일 임시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를 원로회에서 인준하면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직에서 해임되는 수순이다.

이로써 조계종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총무부장인 진우 스님이 대행직을 수행한다. 총무원장 선거는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1월 1일 임기 4년의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서울대 학력 위조 의혹,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은처자 의혹 등을 받았지만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측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설정 스님은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은처자 의혹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MBC 'PD수첩'이 관련 의혹을 다루면서 논란이 확대, 퇴진 요구가 이어졌다.

설정 스님은 앞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지난 16일까지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번복했다. 그리고 탄핵 인준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