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유 4사가 올해 들어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 사업 투자 계획을 속속히 밝히고 있다. 석유화학·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지속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정유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GS칼텍스(2월), 현대오일뱅크(5월)와 에쓰오일(8월)는 3개월 간격으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헝가리와 중국 공장 착공에 나섰다.
◆에쓰오일, 2023년까지 5조원 투자해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에쓰오일(S-OIL)은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2023년까지 5조원을 투자한다. 150만톤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수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울산시 온산공장 인근에 40만㎡의 부지에 들어서며, 2023년 상업 가동한다.
1단계 프로젝트인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RUC/ODC)가 본격적인 상업 가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쓰오일은 새로운 투자를 결정했다. 그만큼 석유화학은 투자는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올레핀 다운스트림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2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 등을 통해 회사의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올레핀 사업에 2조6000억 투자
GS칼텍스도 올 초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1967년 창립 이후 51년 만의 석유화학 투자다 .
GS칼텍스는 지난 9일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여수시와 올레핀 생산시설(MFC) 건설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약 43만㎡ 부지에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는다. 오는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올해 설계작업을 시작해 2019년 착공할 예정이다.
GS칼텍스 MFC는 주로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석유화학사의 NCC(납사분해시설)와 달리, 나프타는 물론 LPG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신사업 추진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2조7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지난 5월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 시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50만㎡ 부지에 건설한다.
HPC는 나프타를 최소로 투입하면서 나프타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춘 공정이다.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반기 공장 설계에 착수한다. 상업 가동 이후 연 6000억원의 영업이익 창출이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중국 배터리 기지 건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배터리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지난 2월 8402억원을 투자한 헝가리 공장 착공에 이어 불과 6개월여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서산(4.7GWh), 헝가리 코마롬(7.5GWh), 중국 창저우(7.5GWh) 공장을 통해 2022년 전기차 배터리 20GWh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석유화학 사업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며 "고부가 석유화학과 미래성장이 유망한 배터리 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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