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에서 발을 뺀 연기금이 해외 주식을 사고 있다. 연기금뿐 아니라 어떤 투자자도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날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반면 코스피는 뒷걸음질쳐왔다. 다만, 연기금이 해외투자를 토종 자산운용사에 더 많이 위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주식 6% 쑥·국내주식 1% 뚝
22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해외주식 운용액은 올해 5월 말 114조324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6%(6조440억원) 증가했다. 반면 국내주식 운용액은 같은 기간 1.1% 줄어든 130조1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군별로는 국내채권(295조1190억원) 투자액이 가장 많았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에 투자해 1.2%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약 8%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에 비해 2017년에는 국내주식으로만 25% 이상 수익을 내 27조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는 바람에 국민연금 외에도 해외주식 투자를 알아보는 연기금이 많아졌다.
공무원연금은 해외 사회책임투자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에 투자하려고 위탁 자산운용사를 뽑고 있다. 현재 2차심사 후보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이름을 올렸고, 얼마 전 구술심사와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선정되는 자산운용사는 1000억원을 위탁받게 된다.
행정공제회는 해외 재간접형 헤지펀드로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굴려줄 자산운용사를 찾고 있다. 해외주식 펀드평가사도 함께 뽑는다. 행정공제회는 6000억원가량을 해외주식에 투자해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이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을 많이 찾고 있다"라며 "우리 증시가 좋지 않으니 변동성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 운용사에 인색한 투자위탁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운용액 가운데 65~70%가량을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한다. 올해에는 위탁액이 71조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연기금은 해외투자를 국내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많이 맡긴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오히려 배제하는 편이다. 경험이나 운용 역량에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못 미친다고 보아서다.
토종 자산운용사 가운데 소형사는 더욱 고전할 수밖에 없다. 운용 성과가 좋은 편이어도 연기금 자금을 끌어오기가 어렵다. 물론 자본금을 비롯한 외형요건에 못 미친다는 것도 이유다.
이런 이유로 금융투자협회가 대신 나섰다. 금투협은 연기금을 상대로 해외투자를 국내 자산운용사에 더 많이 맡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신생 자산운용사를 키우려고 지원하기도 한다"며 "아직까지는 국내에 이런 연기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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