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준조합원 비과세 혜택 폐지 '갑론을박'

농협·수협 등 "폐지하면 예탁금 줄어 농어업인 지원도 줄 것"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도 폐지 반대...국회도 의견 엇갈려

[사진=NH농협금융 제공]

비과세 혜택 축소를 앞두고 농협과 수협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예탁금이 줄면 운용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비과세 혜택 폐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 세법 개정안'에서 42년 만에 준조합원의 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내용을 포함했다. 상호금융기관이 취급하는 3000만원 이하 예탁금의 이자소득과 1000만원 이하 출자금의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정조합원과 회원에게만 주기로 했다.

국내 상호금융 5개사 중 준조합원 제도를 운용하는 기관은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세 곳이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준조합원 제도가 없다. 대신 해당 금고나 조합이 있는 구역에 거주하거나 직장이 있는 사람이 5000원 이상의 금액을 내면 조합원으로 인정된다.  

농협·수협·산림조합의 경우 농어민이 아니어도 1만원의 출자금을 내면 준조합원 자격이 주어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탁금 3000만원, 출자금 1000만원에 대한 소득세 14%가 면제된다. 정부는 준조합원에게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이 '농어민·서민의 재산 형성'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상호금융 측에선 정부가 조합원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정책 착오라고 지적한다. 준조합원제도는 지역 주민의 은행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모인 예금을 통해 농어민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42조4700만원), 수협(5조3558억원), 산림조합(1조463억원) 등 준조합원의 예탁금은 총 48조8721억원이다. 준조합원은 농협 1735만명, 수협 137만명, 산림조합 33만명이다.

지난해 말 농협의 비과세 예탁금 중 조합원 비중은 81%에 달한다. 비과세 혜택이 일몰될 경우 예수금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는 상호금융회사의 신용사업 수익 감소뿐 아니라 전방위적인 농업인 지원 폭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업계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보고 있다. 세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내년부터 준조합원은 5%, 2020년엔 9%의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그럼에도 이는 시중은행의 소득세(14%)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면 이론적으로 2869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하지만 업권에선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 축소가 세수 확보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을 보려고 가입한 준조합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과세 혜택이 일몰되면 이들은 새마을금고나 신협으로 거래 대상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가 상호금융조합 준조합원에 대한 예탁·출자금 비과세 혜택 폐지를 세법개정안에 포함시켰지만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일몰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에 반대해 8차례나 일몰제가 연장됐다.  
 
이개호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비과세 혜택 폐지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기재부에는 부담이다. 이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며 "준조합원에 대한 예탁·출자금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면 농협은 운용에 심각한 위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비과세 혜택 폐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법의 근간이 농어민 지원이 목적인 만큼 비과세 폐지가 현실화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