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핵심파트너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효성 등 국내 대기업은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베트남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삼성, 베트남 스마트폰 전략 요충지로 활용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공장, 네트워크 장비 공장 등에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는 최근 삼성이 발표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생산거점 30조원 투자 계획의 일부다. 삼성전자는 향후 구체적인 투자 플랜을 통해 스마트폰 전략 생산지로서 베트남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의 2개 스마트폰 생산 공장에 지난해까지 총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스마트폰 기지를 구축했다.
각 공장에서는 1억2000만대씩 총 2억4000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휴대폰 생산능력(5억3400만대) 중 약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곳이다.
또 호찌민에 가전 복합단지를 운영 중이다. 이곳은 TV와 모니터, 세탁기 등을 생산해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에 수출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은 성장잠재력이 큰 곳인 만큼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이번에 발표한 30조원 투자가 베트남과 인도에 대부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베트남서 합작사로 진출 '씽씽'
현대자동차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서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지난해 3월 베트남을 직접 방문해 쩐 다이 꽝 주석을 방문하고, 현지 시장을 살핀 바 있다.
현대차는 베트남 탄콩그룹과 합작을 통해 승용 및 상용차를 조립·생산하고있다. 지난해는 900억원을 투자해 현대탄콩 제2조립공장을 신설 중이다. 제2 조립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의 베트남 생산능력은 2만대에서 5만대로 늘어난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총 2만3423대로 사상 최대다. 해외 전략모델인 i10을 비롯해 엑센트, 엘란트라, 투싼, 싼타페, 포터, 마이티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SK, 베트남서 에너지·ICT 사업 추진
SK도 베트남에서 에너지·건설·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사업 확장에 나선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11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협력을 약속했다.
당시 최 회장은 "SK는 베트남과 손잡고 친환경·ICT,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글로벌 리딩 산업을 만들어 베트남 발전을 위한 진정한 파트너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1992년부터 석유를 개발했고, 1998년 베트남 15-1 광구를 탐사해 2003년부터 상업 생산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적인 광구 개발을 위해 베트남과 협의 중이다.
SK에너지는 지난 4월 '사이공 뉴포트'와 협약을 맺고, 베트남 화물차 휴게소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효성, 베트남서 글로벌 복합생산기지 구축
효성은 베트남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2월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만나서 "세계 1위 스판덱스와 타이어 코드뿐 아니라 화학, 중공업 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은 2007년부터 베트남에서 스판덱스·타이어코드·스틸코드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진출 10년 만인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성 연짝 공단에 베트남법인과 동나이법인을 두고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남부 바리우붕따우성에 폴리프로필렌(PP) 공장 건립을 진행 중이다. 약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 생산 공정 및 기반시설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효성화학은 기존 국내 공장은 고부가가치 폴리프로필렌 생산에 집중하고, 신설 베트남 공장은 베트남 내수 및 동남아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비해 낮은 인건비로 인해서 국내 제조사들이 많이 진출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 위협이 증가하면서, 아세안 시장 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드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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