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신(新)남방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인력증원과 전담기구 신설 등으로 본격적인 정책방향과 세부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인도에 집중하는 신남방정책과 러시아‧중앙아시아를 공략하는 신북방정책의 투트랙 대외경제정책을 내놨다. 신북방정책은 북한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내륙철도 등에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반면 신남방정책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시장이 ‘포스트 차이나’라는 인식에는 정부나 기업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분야만 투자 움직임이 있을 뿐, 시장개척은 더딘 흐름이다.
시장이 머뭇거리는 것은 정부의 대외정책이 확실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방증이다. 정부가 세부 전략을 수립하고, 확실한 정책 노선을 시장에 전달해야 해외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인식, 하반기에 신남방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모두 5차례 아세안 국가를 방문하며 신남방정책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달 방문한 인도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양국 연간 교역액을 5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스마트시티 △핀테크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인도 정부의 신동방정책을 접목, 사람 중심의 평화·상생·번영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며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순방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올해 3월 베트남 순방과 6월 필리핀 대통령 방한에 이어 이번 인도‧싱가포르 순방을 통해 신남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자,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신남방경제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위 위원장으로는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선임됐다. 특위는 위원 구성을 거쳐 올해 안에 출범을 목표로 논의 중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 형태로 신남방경제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 협력, 인적 교류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특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에서는 타 부처에서 파견되는 공관 주재관을 1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매년 정부 각 부처가 예산 등 이유로 인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하면, 12명 증원은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신남방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신남방정책 추진 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내년 한국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또 ‘제8차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해 아세안 통합 핵심 지역이자, 신남방정책 주요 대상인 메콩 국가들과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정부가 외교적 부분에서 정책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성과보다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진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전담 추진체계를 중심으로 양자 및 다자 협의체간 신남방정책의 지속가능한 비전과 목표, 방향을 공유하고 분야별로 구체적인 협력 어젠다와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1.5트랙(반관반민)’ 전략적 기반도 제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이 한반도신경제구상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융합돼 작동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해 단기 성과지표보다 장기지표로 구성돼야 한다”며 “하반기 개최될 ASEAN+3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남방정책 구체화를 완성하고 한·ASEAN간 소(小) 다자협력체제의 구체적 모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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