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났다는 안내방송과 음악이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 울려 퍼지자 연회장에 있던 남북 이산가족들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기약 없는 이별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측 이산가족들이 먼저 귀환 버스에 올라타자 연회장에 남아있던 북측 가족들이 연회장을 빠져나가 주차장의 버스 창문에 다가가 오열했다.
경영씨는 어미니가 앉아 있는 버스에 다가가 창문을 격하게 두드리며 "아이고 아이고"하며 울음을 떠트렸다.
한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창문을 두드리며 "울지 마라"고 다독였지만, 자신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들은 창문이 열리지 않아 입 모양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 창문이 높아 딸들이 손이 닿지 않자 남북 관계자와 기자들이 북측 딸들을 안아 올리거나 사다리 위에 올려 주기도 했다.
이후 모녀는 서로 손바닥을 마주댄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
한 할머니의 두 딸들은 출발하는 버스를 계속 따라가려다 북측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고서야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오열은 멈춰지지 않았다.
차제근(84) 할어버지의 북측 동생 제훈(76)씨와 조카 성일(50)씨는 버스에 다가가 창문을 연신 두드리며 "형님!", "큰아버지!"를 부르며 "다시 만납시다!"라고 외쳤다.
그들은 까치발을 들어도 버스 창문이 너무 높자 "통일 장벽이 너무 높아서 그래"라고 소리 높였다.
고호준(77) 할아버지는 북측 가족과 차창에 손을 맞대며 오열하다 차문이 잠시 열리자 잠시 내려 북측 조카를 부둥켜안았다.
그러자 북측 조카는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이 되면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라며 울면서 위로했다.
최동규(84) 할아버지의 북측 조카 박춘화(58)씨도 버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딨니. 통일되면 이런 거 안 하잖아. 이게 뭐야 이게!"라며 울부짖었다.
김정희(80·여) 할머니의 북측 조카들은 "오래 사세요, 오래 사세요, 다시 만나자"며 "조국 통일의 날에 다시 만나자"고 소리쳤다.
북측 조카들이 "이모, 이모"를 부르며 버스로 다가가 손을 뻗자 북측 보장성원(행사 지원요원)이 다가가 등 뒤에서 잡아끌기도 했다.
김병오(88) 할아버지는 울음대신 북측 여동생 순옥(81)씨에게 양손으로 '하트'를 보냈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병오씨는 오른손으로 손을 흔들며,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여동생 순옥씨는 "오빠 잘 가요. 오빠 잘 가요!"라고 흐느끼면서 소리쳤다.
이관주(93) 할아버지의 조카 리광필(61) 씨는 창문에 막혀 소리가 들리지 않자 손바닥에 볼펜으로 "장수하세요"라고 써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관주 할아버지는 울다 선글라스로 눈을 감췄다.
이날 남측 이산가족을 태운 버스는 오후 1시28분께 금강산을 출발해 오후 3시15분께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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