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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미국 국채가 최근 강세를 띠면서 그동안 우세했던 약세 베팅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국채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한 이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국채 수요를 늘리면서 국채 가격 상승을 더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숏스퀴즈'가 월가가 선호하는 채권 거래를 휘젓고 있다고 보도했다.
숏스퀴즈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숏(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에 맞서 경쟁적으로 현물을 사들여 가격이 급등하는 걸 말한다.
월가에서는 올 들어 미국 국채 가격의 하락을 예상한 베팅이 유행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탄탄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미국 국채 선물시장에서 지난주 순숏포지션 계약수는 69만8194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예상대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연초부터 오름세가 돋보였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올 초 4년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3%를 꿰뚫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3%선을 오르내렸다.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골드만삭스 등도 미국 국채 약세 전망에 힘을 실었다. 다이먼 CEO는 이달 초 한 행사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당장 4%는 돼야 한다"며 5% 이상의 금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국 국채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3.01%에서 이날 2.82%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배경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 무역전쟁, 숏스퀴즈 등을 거론하지만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터키와 베네수엘라에서 불거진 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정도가 아닌 데다, 미국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앤드류 브레너 냇얼라이언스 증권 글로벌 채권 부문 책임자는 글로벌 리스크(위험)가 심하게 악화하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625%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연내에 지난 5월의 3.11%를 넘는 새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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