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지상파 재송신 분쟁,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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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8-08-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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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희 숭실대 교수

[김용희 숭실대 교수.]


2008년 지상파 방송사가 스카이라이프로부터 재송신료를 받게 되면서 국내 방송정책은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바로 방송의 공익성과 산업성의 충돌이다. 지상파 방송을 근간으로 하는 국내 방송영역은 산업성보다 공익성을 강조하였고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과 문화 창달 역할을 중요한 가치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유료방송의 등장과 방송통신 기술의 발달로 방송은 더 이상 공적 영역이 아닌 산업 영역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공익성 확보보다 수익 창출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방송사업자는 통신사업자와 달리 각각 정책적 도입 목적이 있고 그 책무가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구현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책무가 있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지상파 방송이 도달하지 않는 지역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외되는 국민 없이 방송 서비스를 시청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송사업자들의 행보를 보면 수익 창출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각 사업자별로 각자의 주어진 역무에 충실하기보다는 수익 창출에 혈안이 되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거래보다는 힘의 논리를 중심으로 하는 거래 관행이 만들어져 왔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재원으로 방송사업자 간 이전투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지상파 재송신 분쟁이다. 이는 10여년 동안 지속되고 있고, 여러 학자들과 사업자들 스스로도 해결책을 찾아왔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정책 원칙이 부재하고 재송신료에 대한 적정한 산정기준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원칙과 모형은 정할 수 있으나, 지상파 방송사와 플랫폼 사업자 간 합의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지상파 방송은 공공 서비스인가 사적 서비스인가?

BBC라는 지상파의 가장 이상적 형태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지상파 방송은 공공 서비스(public service broadcasting)이므로 유료방송사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반면 유료방송의 가장 발전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의무재송신(must carry)과 재송신 동의(retransmission consent)라는 제도가 있어 재송신 동의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협상이 결렬되면 해당 채널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공 서비스라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할 것인데 지속적인 재송신료 인상 요구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사적 서비스라면 협상 결렬 시 해당 사업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할 것인데 해당 채널의 번호를 변경할 수도 없고 중단할 수도 없다.

국내 방송영역이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재송신 분쟁이 하루속히 해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재송신 분쟁은 지상파 방송사나 유료방송사나 서로에게 소모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책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공적 책무가 필요한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철저하게 공적 재원으로 운영하고 보편적 서비스를 구현해야 하며 그 외 사업자는 사적 영역으로 편입하여 협상을 통해 선택하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재자이자 조정자로서 합리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방송은 통신과 달리 여전히 사회·문화적 역할이 있기에 사업자별로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이 있으며, 힘의 균형이 필요한 시장이다. 국내 상황상 이는 사업자끼리 해결할 수 없기에 정부와 국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지상파 재송신 분쟁 해결이 국내 방송 산업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며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이 하루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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