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중국 음료 시장에서 철수한다.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직원들도 모두 퇴사했지만, 현지 지방정부의 발목 잡기로 매각 완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철회 약속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사드 악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3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롯데는 허난성 뤄허시에 있는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의 공장 부지와 설비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롯데오더리는 공장 부지만 16만5000㎡로 롯데의 중국 내 음료 공장 중 최대 규모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토지와 설비 매각에 나섰다"며 "공장 생산라인은 가동이 중단됐고 근로자들도 퇴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대 1300여명에 달했던 중국인 근로자 수는 구조조정 직전 500~60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직원 3명만 남아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2005년 현지 기업과 합작 형태로 롯데오더리를 설립한 뒤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지난해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오더리 지분은 롯데칠성에서 롯데지주로 넘어갔다.
2016년 매출액 438억원, 당기순손실 103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 왔으며, 지난해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550억원 안팎의 자산이 남아 있지만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 관계자는 "매각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변동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가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오더리 외에 베이징의 롯데후아방음료유한공사와 지린성 바이산시의 롯데장백음료유한공사 등 2곳의 공장도 매출액 100억원 미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베이징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생수를 생산하는 롯데장백 역시 퇴출 위기에 놓여 있다.
롯데가 중국 음료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지만 완전 철수까지는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 대한 압박을 거두지 않는 중국 중앙정부와 달리 허난성 정부는 외자 기업이 거의 없는 현실 때문에 여전히 롯데에 미련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롯데를 대하는 중앙과 지방의 온도차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허난성 현지 소식통은 "사드 사태 이후 불매 운동 등이 확산하면서 결국 공장 매각을 결정했다"며 "다만 허난성 정부가 매각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어 매각 승인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가 등 떠밀려 떠난 자리는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롯데마트의 화둥(華東)법인 점포 53개를 인수한 중국 유통기업 리췬(利群)그룹은 이달부터 상하이, 양저우, 롄윈강 등 지역의 매장 문을 새로 열었다. 베이징 내 점포를 인수한 우메이(物美)그룹도 매장 변경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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