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포기설이 다시 불거졌다. 사우디 정부는 계획이 지연될 뿐 철회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상장 시기를 훌쩍 넘기면서 시장의 회의론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사우디가 아람코에 대한 국내외 증시 상장 절차를 중단하고 관련 자문단도 해산했다고 보도했다. 아람코 IPO는 아람코 지분을 매각해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PIF)를 조성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IPO가 실현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사우디 정부는 당초 아람코의 지분 5%를 매각해 최대 1000억 달러를 조달해 늦어도 2018년 하반기에는 상장을 실현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규제 등 변수의 영향으로 아람코의 시가총액이 목표치(2조 달러)로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장 계획이 지연됐다.
사우디 정부가 국영 석유화학 업체인 사빅(SABIC)의 지분 인수에 집중하면서 아람코 IPO 계획이 뒤로 밀렸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사우디는 지난 7월 국부펀드가 소유한 사빅의 지분 인수 방침을 밝혔었다.
아람코 IPO 무산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7월 보도를 통해 "IPO와 관련 있는 한 고위 간부는 '모든 사람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무산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2016년 아람코 IPO를 발표했다. 사우디의 장기적 사회·경제 개혁인 '비전 2030'의 세부 계획 중 하나였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최대 산유국으로서 경제에 타격을 받자 원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유가 반등으로 경제가 여유로워진 것도 아람코 IPO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 비관론이 불거질 때마다 사우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23일 성명을 통해 "IPO 시점은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되며 아직 유효하다"고 일축했다.
알팔리 장관은 지난달에도 IPO 시기가 당초 목표보다 지연되더라도 2019년에는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다만 상장 계획 발효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만큼 회의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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