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12년만에 테니스 남자단식 AG 메달…"청각장애 극복한 놀라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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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8-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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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희, 준결승전 오르며 최소 동메달 확보…NYT "테니스 통념 뒤흔드는 이름으로 남을 것"

이덕희(239위·현대자동차 후원)가 남자프로테니스(ATP) 리성스포츠컵 지난 인터내셔널오픈 챌린저대회(총상금 15만 달러) 8강에 올랐다. 청각장애 3급인 이덕희는 8일 중국 산둥성 지난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단식 2회전에서 우이빙(329위·중국)을 2-0(6-0 6-3)으로 꺾었다. [사진=연합뉴스]


테니스 국가대표 이덕희(20)가 23일 12년만에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 메달을 확보했다.

이덕희는 이날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제이슨 정(대만)을 2-0으로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테니스 종목엔 동메달 결정전이 없다. 4강에 오르면 최소 동메달이 보장된다. 한국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단식 메달은 12년 전인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이형택이 거둔 은메달이다.

이덕희는 세계랭킹 23위인 정현에 이어 두 번째로 랭킹이 높은(230위) 한국 테니스의 유망주다. 2016년 한국 남자 테니스 역사상 최연소인 만 18세1개월의 나이로 세계랭킹 200위 안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130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덕희에게 선천적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다. 테니스에서 청각장애는 단순히 소리가 안 들린다는 사실 이상의 핸디캡이다. 평균 속도가 시속 200㎞에 달하는 강서브를 주고받는 종목인 만큼,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니스 프로 선수 중 청각장애가 있는 이는 전세계에서 이덕희가 유일하다.

사촌형이기도 한 우충효 코치에 따르면 그는 경기 중 상대방의 동작을 보고 구질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다. 평소에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정확하게 읽고, 경우에 따라서는 글을 쓰거나 혹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독특한 스토리 때문에 이덕희는 일찌감치 해외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6년 "청각장애 테니스 선수에게 소리는 장애물이 아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덕희를 소개하기도 했다. NYT는 "현재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이덕희는 테니스에 관한 통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이름으로 기록에 남을 것"이라며 극찬했다.

전세계 남자 테니스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프로테니스협회(APT) 또한 지난해 12월 이덕희를 소개하는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아시아에서 장래가 밝은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라며 "그의 놀라운 여정은 매우 특이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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