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소득 급감
132만 4900원 : 소득 최하위 20%의 가구 소득입니다. 작년 2분기에 비해 7.6% 줄었습니다.(2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시작이후 가장 큰 감소라고 합니다.) 이 최하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5.9%가 줄었고, 사업소득(자영업자)은 21.0%가 줄었습니다.
(2)소득 최상위 20% 가구의 소득 급증
913만4900원 : 소득 최상위 20%의 소득은 작년 2분기에 비해 10.3%가 늘었습니다.(최상위 가구의 소득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역시 2003년 통계 작성 시작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3) 소득분배 지표 악화
최상위 20%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 평균으로 나눈 비율이 5.23이었습니다. 즉, 최부유 가구의 소득이 최빈곤 가구 소득의 다섯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2008년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숫자(5.23)는 작년 4.73보다 0.5 포인트 더 올랐는데. 한 해에 이만큼 오른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4)중산층 소득 감소도 뚜렷
소득 하위 40% 이하와 60% 이하의 소득도 -2.1%, -0.1%로,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포인트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골격을 강타할 만한 메가톤급이기에 신문들(특히 보수언론)은 저 발표의 '핵심'을 힘있게 표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동아일보는 이렇게 메인 헤드라인을 달았습니다.
'거꾸로 소득성장' 10년만에 최악 양극화
중앙일보는 이렇습니다.
양극화 10년만에 최악 / 소득주도성장 역주행
매일경제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다 팩트폭격을 했습니다.
벼랑 끝 내 몰린 '소득주도성장'
아까 정리한 것처럼, 기사의 '중심 팩트'는 소득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의 의미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동아와 중앙은 팩트와 의미를 '쌍포'로 적재해 쐈고, 매경은 아예, 의미를 먼저 들이밀며 정부의 현 경제정책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전선에 서 있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조금 다른 스탠스를 취합니다. 어쩐 일일까요?
# 조선일보는 저소득층 얘기만으로 승부
조선일보는 이렇게 달았습니다.
저소득층 근로소득 1년새 16% 줄었다
한국경제는 이렇게 달았네요.
분배 10년래 최악...중산층도 소득 줄었다
두 신문 중에서 한경은 '분배 10년래 최악'이란 팩트를 걸었지만 조선은 아예 그것도 내려버렸습니다.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16% 줄었다는 것을 가장 긴급하게 올린 이유가 뭘까요?
문재인 정부가 주창해온 소득주도 성장은, 전 계층의 소득을 고루 높이는 것에 앞서 서민층의 소득을 높여서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것이었죠. 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은, 온 국민이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걸 조선일보는 알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소득을 높여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풀어서 설명해야 쏙 들어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가난한 이들의 소득이 제일 많이 빠져버렸습니다. 이게 뭡니까? 이 '기분'을 헤드라인에 담아놓은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혹은 가난한 국민들에게, 정부의 '쭉정이 정치'를 고해바치는 '가장 선정적인 소통'을 이 신문이 택한 것입니다. 저소득층의 소득 중에서도 '근로소득'을 내세운 것은 왜일까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정부의 '고용참사'까지 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속마음'은 3면에 펼쳐놓은 해설에서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번 볼까요?
최저임금 과속의 역설...저소득층 취업자 18%가 직장서 밀려나
아프게 한 방 더 지르려고 '근로소득'이란 말을 굳이 앞세운 것이었죠.
한경이 '중산층도 소득 줄었다'고 표현한 것은 왜일까요? 신문의 독자를 의식한 것이라고 봅니다. 소득성장의 역주행이 결국, 내 주머니까지도 털어가고 있구나 하는 각성을 이끌어내도록 한 것입니다.
#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어떻게 다뤘을까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경우는 어떨까요? 두 신문도 비록 하단에 다뤘지만 1면에 썼습니다. 우리 언론의 적폐는 '진영을 초월한 칭찬과 비판'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점에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의견의 진지(陣地)를 고정시켜놓고, 대포알만 갈아끼우는 방식의 논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의 경우, 진보진영 언론들도 '팩트'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었기에 마지못해 1면에 배치를 했을 것입니다. 편집에 그런 포즈가 드러납니다. 하지만 제목만은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담았습니다.
한겨레는 '고용 이어 소득격차 쇼크'라고 달았습니다. 이 제목의 특징은 주어가 열려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쇼크를 받은 쪽은 국민일수도 있지만, 정부일수도 있습니다. 즉 열심히 하느라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 정책을 편 쪽도 충격에 빠져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경향 또한 기사크기는 줄였지만, 보수언론이 지적한 그 내용을 가감없이 적시하였네요. '2분기 소득 양극화, 10년만에 최악'이라고 말입니다.
# 조선일보의 이 센스
이번 기사들을 보면서, 독자가 이 기사를 읽는 '현장'을 상상하면서 철저히 소통을 고민한 신문은 조선일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신문들은 1분위, 5분위 따위의 말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만, 조선일보는 이 말을 국민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 '소득 최하위 20%'와 '소득 최상위 20%'로 풀어쓰고 있습니다.
'이 '배려' 하나가, 기사를 훨씬 생동감 있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포용적 성장으로 바꿔라?
헤럴드경제는 6시간이 지난 뒤 나오는 석간입니다. 오늘 낮에 나온 거죠. 이 신문은 조간의 소득성장 역주행을 찬찬히 읽은 뒤에, 추가 취재를 하면서 메시지를 만들었네요.
뭘까요? 고민하고 있을 문재인 정부에게 '훈수'를 두는 거죠, 뭐. 제목을 이렇게 달아놓았네요.
소득주도성장 쇼크...'포용적 성장' 대안론 부상
이 말 또한 무엇이 주어인지 아리송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빚어낸 결과에 쇼크를 받은 주체는 정부일 것 같은데, 뒷말은 정부보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가까워보입니다. 주어를 살려서 메시지를 읽어보자면, "정부, 지금 난리났죠?...전문가들이 '포용적 성장'으로 좀 바꿔보라네요"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포용적 성장'이란 말은, 그럴 듯 해보이기는 한데 무슨 뜻일까.
기사를 읽어보니, 보수적인 경제신문이 하고싶은 말은 다 넣어놓은 것 같습니다.
(1)현정부가 금기로 취급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비롯해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해 투자와 고용을 촉진함으로써 경제 파이를 늘리는 정책을 보다 과감히 추진할 필요성이 커졌다.
(2)성장의 혜택이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재정과 세제의 분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저 말의 포인트만 잡아서 추려보면, '대기업을 적대시하지 말고 포용해서 투자와 고용에 나서게 해서, 성장을 하면서 재정과 세제로 취약층 분배를 늘려라'일 것입니다. 별로 새로운 말은 아닌 것 같고, 그간 이런 말들을 많이 했지만 이 정부에서 씨가 잘 먹히지 않았는데, 이참에 '포용적 성장'이란 이름까지 달아서 다시 던져보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 여야 의원들의 주장
헤럴드경제는 여야 경제통 의원들을 취재해, 고용지표 악화에 대한 의견들을 많이 들었네요. 그걸 정리해 놓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광림 한국당의원(노무현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차관) : 노전대통령은 그래도 실용주의자였는데 문대통령은 너무나도 편향돼 있다. 노전대통령은 좌파의 반대에도 한미FTA를 관철했지 않느냐. 초기에 좌편향적으로 출발했지만 경제는 원리를 존중했고 시장 중요성도 인식했다. 그런데 문정부는 과거 정부 탓만 하고 반재벌 프레임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지금 현재 경제상황으로 봤을 때는 어느 정부보다 무능하다. 이념으로 경제문제를 풀기 때문이다.
추경호 한국당의원 : 진보적인 김대중 전대통령도 노전대통령도 경제위기를 맞아서는 바뀌었는데 문대통령은 바뀌지를 않는다. 김전대통령은 IMF때 경제적 식견을 발휘해 국제기구의 권고를 과감히 수용했고 기조를 바꿨다. 소득주도성장 시작이 과거 정부를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경제팀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실험하듯 국정을 운영한다. 경제가 그렇게 가지 않는다.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연구와 사례를 통해 이론을 형성했는데 무슨 벤처도 아니고 나라를 이렇게 끌고 가느냐. 경제에 편협한 이념을 넣었다. 집착이 1년4개월 동안 이어졌고 그러니 기업을 때렸다. 초체적으로 작용했고 처참한 경제 성적표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념적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말 대한민국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야 잘못됐다고 수정할 것이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 다른 나라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나라만 30% 가까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글로벌 경제 시대에 감당이 되지를 않는다. 시장에서 이미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부작용으로 증명됐다. 핵심은 최저임금이다. 이 부분이 시정되지 않으면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문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핵심공약이기에 바꾸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 고용문제 해결의 시작을 공무원 채용증대에서부터 찾고 있지 않느냐.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중에서 공무원 업무가 너무 힘들어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홍의락 민주당 의원 : 최저임금 인상에 저항이 있는 건 사실인데, 이를 수용해가는 과정이다. 자영업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까지 보태지면서 상황이 악화됐고 그 과정에서 공론화가 크게 된 것이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 : 일부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얘기하는 것이지 소득주도 성장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잘못된 도식에 빠져서는 안된다.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하도록 해놓고 반대해야지 가처분 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정책까지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당을 올린다든지 아동수당을 신설한 것도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인데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서 시행도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용부분에 영향이 있지만 고용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알 수 없으며 장기분석이 필요하다. 외국의 논문을 보면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두번 인상하고 당장 효과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병에 걸렸다가 나으려면 한번 더 아팠다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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