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임기를 시작하며 5대 플랫폼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비통신 분야의 매출을 현재 10%에서 20~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KT가 최근 발간한 ‘2018 KT 통합보고서’에서 2021년 5대 플랫폼 매출액을 전체 서비스 매출액 대비 3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KT의 5대 플랫폼 중에서 최근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분야 중 하나가 스마트에너지다. 이는 에너지 분야에서 KT가 쌓아온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KT는 ICT 기반의 에너지 융합형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을 회사의 핵심 과제로 삼고, 2015년 스마트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시초는 당시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산하에 스마트에너지사업단을 신설한 것이다. 그해 12월에는 경기 과천 에너지 통합관제센터 ‘KT-MEG(Micro Energy Grid)센터’를 개관해 에너지의 소비와 생산, 거래 분야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KT-MEG은 인공지능(AI) 엔진 ‘e브레인(e-Brain)’을 적용한 에너지 통합관리 플랫폼이다. KT는 또한 지난 5월 국내외 50여개 에너지 분야 기업들과의 연합체인 ‘에너지 얼라이언스(Energy Alliance)’를 출범, 스마트에너지 사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KT에 따르면 2016년 스마트에너지 사업 매출은 1000억원 정도로, 매년 2배 이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020년까지 목표 매출은 연 1조원이다.

KT 직원들이 태양광 발전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사진=KT]
KT는 그동안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유물이었던 전력중개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의 전력중개사업은 한전 중심의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대규모 전기사업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28일 1메가와트(MW) 이하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KT에 기회가 찾아왔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에서 생산하거나 저장한 전기를 모아 거래를 대행하는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KT는 포스코에너지 등과 2016년 전력거래소가 진행한 소규모 전력중개 시범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KT는 전기사업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상용 서비스를 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KT는 지난 6월 전력중개사업 시스템에 블록체인과 AI를 적용했다. 에너지 통합관제 플랫폼 KT-MEG에 탑재된 AI 엔진 ‘e브레인(e-Brain)’을 전력중개 시스템과 연계, 발전량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KT는 데이터의 병렬·다중 처리를 통한 고속 암호화와 실시간 데이터 검증, 합의 알고리즘 등으로 전력중개사업 시스템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발전사업자와 중개사업자 각자가 저장한 발전량 장부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일 또는 월 단위의 정산만 가능했다. 서로의 장부가 맞지 않을 경우 어디에 맞춰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 적용으로 해결했다. 정산에 필요한 정보들을 블록체인화해 고객사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익을 실시간으로 정산할 수 있게 됐다. 주요 정보가 위‧변조 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 반복적인 검증 없이 자동 거래를 체결할 수도 있다. 이전보다 거래의 신뢰와 효율성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KT는 전력중개사업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스마트에너지 상용 서비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황창규 KT 회장이 경기 과천 KT-MEG 관제센터를 방문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에게 KT-MEG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에너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뜨는 산업 ‘신재생에너지’도 잡는다
KT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전체 총 발전량에서 20%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203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총 48.7GW의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를 계획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태양광(30.8GW·63%)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을 매년 약 2.4GW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 대비 2022년까지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2.4배, 발전소 개수는 2.6배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17년 2분기 태양광산업 동향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연 100~150GW, 15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으로 전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KT는 이에 착안해 태양광 발전소를 유지‧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 이달부터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KT의 ‘기가 에너지 젠(GiGA energy Gen)-태양광 O&M(Operation&Management)’ 서비스는 KT의 네트워크 관제 역량을 에너지 서비스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태양광 발전소의 전력생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 국내에 3만여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구축됐으나 대다수가 중소 사업자라 유지보수 인력, 시스템 부문에서 한계가 있다. 장비 고장이나 이물질 등으로 발전량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대처하기 어렵고 발전 효율을 유지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태양광 발전은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설비라도 하루 발전량에 차이가 발생한다. 관리에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다. 장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발전이 중단된 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KT의 태양광 O&M 서비스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에게 장기간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운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는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한전에 판매하는 태양광 연계용 ESS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다. 이를 태양광에 적용해 안정적인 전원 공급, 한전 판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특히 공장이나 공공기관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건물은 기본요금과 사용량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문성욱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상무는 “KT는 신성장 동력으로 융합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대표적인 것이 ICT를 활용한 스마트에너지 분야”라며 “전력 생산과 소비, 거래 영역에서 우리의 에너지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선 전력거래시장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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