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한국 남자농구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고 있는 조던 클락슨(미국‧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이 합류한 난적 필리핀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컴플렉스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에서 필리핀을 91-82로 제압했다.
필리핀을 꺾은 한국은 이란과 일본의 8강전 승자와 30일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은 당초 필리핀을 약체로 평가했다. 주축 선수들이 경기 중 폭력 사태로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허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필리핀은 약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과 이란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와 맞서야 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NBA 사무국이 클락슨의 필리핀 국가대표팀 합류를 승인하면서 필리핀은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실제로 클락슨이 합류한 필리핀은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 중국과 치열한 접전 끝에 석패하는 등 전력이 급상승했다. 한국도 필리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클락슨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최대 과제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골밑을 장악한 귀화선수 라건아(미국명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압도적 존재감이었다. 라건아를 막기 위해 필리핀 수비가 몰린 틈을 타 허일영 등이 외곽슛을 터뜨리며 17-7로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은 22-18로 앞서며 시작한 2쿼터에는 고전했다. 외곽슛이 터지지 않았다. 필리핀은 클락슨에서 파생되는 공격을 적극 활용했다. 한국은 골밑 득점과 함께 잇따라 3점슛을 허용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결국 역전을 허용한 한국은 전반을 42-44로 뒤진 채 마쳤다.
3쿼터도 불안했다. 한국은 클락슨을 막는 데 애를 먹으며 11점을 내주는 등 후반 초반 46-54, 8점 차까지 뒤졌다. 하지만 한국은 이승현이 공‧수에서 모두 팀을 추스르며 재정비를 했고, 2쿼터에 터지지 않던 외곽슛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허일영과 김선형의 3점슛에 이어 라건아의 골밑 득점으로 추격에 나서 다시 균형을 맞췄다. 한국은 3쿼터 막판 클락슨에게 3점슛을 얻어맞아 64-65로 재역전을 당한 게 아쉬웠다.
한국은 마지막 4쿼터 접전을 펼치면서 77-72로 근소한 리드를 잡았다. 승부처에서 클락슨을 지운 건 김선형이었다. 경기 종료 4분 58초를 남긴 상황. 김선형은 결정적인 3점슛을 꽂은 데 이어 골밑 돌파로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내 83-74, 9점 차로 순식간에 달아났다. 이후 안정적인 리드를 지킨 한국은 필리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라건아는 양 팀 최다 득점인 30점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을 지배했고, 김선형과 허일영은 나란히 17점씩 보태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8강에서 대회를 마감한 클락슨은 25점 8리바운드로 분전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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