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둘러싼 '진실게임' 결말은…다음주 초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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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8-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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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 결정 끝난 듯, 美 도발 부차적 변수

  • "급 안맞고 선물도 없어" 내부 회의론도

  • 다음주 발표, 노영민 "中 동향 예의주시"

[사진=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설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가운데 시 주석 대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급 고위 인사가 북한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측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다음주 초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習, 방북 결정했다면 예정대로 할 것"

27일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북 여부에 대해 "가기로 결정했으면 갈 것이고 애초에 안 가기로 했다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방문 계획을 돌연 취소한 게 시 주석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외국 방문 일정이 갑작스레 발생한 변수 때문에 좌지우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시 주석이 다음달 9일 열리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한 이후 일주일 넘게 시 주석의 이른바 '9·9절' 방북설이 회자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등 현지 당국이 사실 관계를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만 증폭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올 들어 중국을 세 차례나 찾았던 만큼 답방 형식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수세에 몰려 있는 대미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북한을 지렛대 삼아 영향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남북과 미국이 종전선언 논의를 진행하는 동안 한발 물러서 있던 중국이 최근 들어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력해 보였던 시 주석의 방북설이 오리무중으로 빠진 건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평양 방문을 취소하며 '중국 책임론'을 언급하면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 압박 강화로 중국이 비핵화 협상을 돕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하며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북한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를 지켜본 뒤 시 주석의 방북 계획을 최종 확정하려던 중국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중국이 대북 제재 빗장을 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 주석이 방북을 연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오른쪽)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방북은 위험" 내부 회의론도 제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중국 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실과 다르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고 관영 환구시보도 '미국이 황당한 이유를 찾아 한반도 책임을 전가한다'는 내용의 사평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측에 엄중한 교섭을 요청한 상태"라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해 노력했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유엔 대북 제재에 성실하게 참여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거론했을 때보다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졌다"며 "미국의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이 시 주석의 방북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내부에서 제기되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시 주석이 국빈 방문이 아닌 9·9절 참석 명분으로 북한을 찾는 것은 외교적으로 급(級)이 안 맞는다는 주장이 있다. 시 주석을 대신해 상무위원급이 방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어떤 무기가 공개될 지 알 수 없는 9·9절 열병식에 시 주석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건넬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가장 크다.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이상 중국이 내놓을 카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종전선언 논의가 마무리되거나 미·중 갈등이 다소 완화된 이후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북한과 미국, 중국을 오가며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인 한국 정부는 중국 측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는 이날 베이징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9·9절 행사를 계기로 중국 측 인사의 방북 가능성을 포함한 북·중 간 소통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사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연기를 아쉽게 생각하며 북·미 간 대화로 비핵화 및 평화 체제 구축의 실질적 진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70여년 간 지속된 한반도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긴 안목에서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통상 상무위원급 이상 고위급 인사의 외국 방문 일정을 5~7일 전에 공개한다. 다음주 초쯤이면 시 주석의 방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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