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용산·여의도 집값 방화? 박원순 회견과 신문들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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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입력 2018-08-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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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섬 이상국의 '편집의눈'- 한국경제와 중앙일보의 공격과 각 신문 편집 비교



무슨 물밑 논의가 있긴 있었나 봅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평일도 아닌 휴일인 지난 일요일(26일)에 서울시 정책을 긴급 보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발표를 하는 사진 속의 표정을 봐도, 밝지 않군요. 게다가 아주경제의 사진기자는 박시장의 큰 그림자를 눈에 띄게 부각시켜 뉴스의 뉘앙스를 전달하고 있네요.

오늘은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개발 전면보류'와 관련한 편집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중앙일보와 아주경제,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를 비교하며 살펴봅시다.



먼저 중앙일보는 1면 톱으로 올려 제목을 이렇게 달았습니다.

집값 불댕긴 '여의도-용산 개발' 스톱

아주경제는 어깨걸이 제목을 달았습니다.

집값 급등에 놀란 박원순 시장
"여의도-용산 개발 전면보류"


한국경제는 조금 과격합니다.

서울 집값 불지른 박원순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매일경제는 이렇게 달았습니다.

박원순, 집값 급등에...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4개의 신문 제목이 얼핏 보면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어느 것이 잘 단 헤드라인이고 어느 것이 불량한 헤드라인일까요.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저의 견해로 말하자면 '난감한 제목'은 중앙일보와 매일경제의 제목입니다. 비판적 시선을 담은 헤드라인은 한국경제입니다. 뉴스의 경위를 생생하게 담은 헤드라인은 아주경제 제목이군요.

왜 그런지 한번 살펴 볼까요?

중앙일보 제목은, 거의 편집초보들이 다는 제목 방식입니다. 할 말은 많은데 무엇을 줄여야할지 모를 때, 표현이 꼬여서 나온 케이스로 보입니다.

집값 불댕긴 '여의도-용산 개발' 스톱

이 문장은 우선, 애매한 문장입니다. 여의도-용산 개발이 집값을 불댕겼는지, 여의도-용산 개발을 스톱한 것이 집값을 불댕겼는지, 저 헤드라인만 봐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사를 읽어보면 전자의 경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더 갑갑한 제목이 됩니다. 술어 부분이 '스톱' 두 글자로 너무 짧아서 길고 복잡한 주어부분(열두자)에 비해 가분수라 숨이 찰 수 밖에 없군요.

더 이상한 건, 집값을 불댕긴 것의 주체입니다. 이 문장으로 보자면 '여의도-용산 개발'이 집값을 불댕겼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것을 문장으로 써보면 이렇습니다.

'여의도-용산 개발이 집값을 불댕겼다.'

추상명사가 주어가 되어 의미가 부실해지는데다, 여의도-용산 개발이 집값을 불댕겼다는 것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습니다. 아직 개발의 삽도 안 들었거든요. 저 말을 풀어 해석하자면, '여의도-용산 개발'을 표명한 박원순의 말이 집값을 불댕겼다'가 될텐데, 그 주체인 박원순은 1단 짜리 콩알제목 속에 숨겨놓았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스톱'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표현은 '보류'입니다. 이것을 스톱이란 표현을 써서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한 의도는 알겠으나 스톱과 보류는 뉘앙스에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스톱은 행동이나 실행이 일어난 뒤에 할 수 있는 것이고, 보류는 계획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계획도 실행의 일부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상황에서 그것을 보류한 것을 '스톱'이라고 말한 것은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네요.

매일경제는 어떻게 달았을까요.

박원순, 집값 급등에...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이 두 줄 제목은 한 줄 제목을 꺾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박원순, 집값 급등에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로 달았어야 할 것을 2단 공간에 넣느라 관절을 꺾어놓은 겁니다. 꺾어놓은 것을 이어보니 어떤가요? 박원순과 인용문 사이가 벌어져 읽기가 어색합니다. 사건의 선후 관계나 인과관계로 다시 쓴다면 이럴 겁니다.

집값 급등에...박원순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이 문장을 꺾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죠.

집값 급등에...박원순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이상한 제목이죠? 하는 수 없이 편집자는 지금 달아놓은 제목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요령 부득의 제목입니다.

집값에 놀란 박원순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이렇게만 달았어도 나쁘진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마침 이런 방식을 쓴 신문이 있군요. 아주경제입니다.

집값(급등)에 놀란 박원순(시장)
"여의도-용산 개발 전면보류"


같은 형식을 취했지만, 상당히 과격하게 단 쪽은 한국경제입니다.

서울 집값 불지른 박원순
"여의도-용산 개발 보류"


집값에 놀랐다는 것과 집값을 불질렀다는 말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집값을 불질렀다는 것은 '급등을 초래했다'는 의미로 원인제공에 주목을 한 말이고, 집값에 놀랐다는 것은 기자회견까지 하게된 배경에 주목을 한 말입니다.

여기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집값에 불을 질렀다는 것은 핵심 책임을 박원순시장에게 지우는 것이고, 집값에 놀랐다는 것은 일정한 책임이 박원순시장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놀랄 수 있죠.

헤드라인의 표현만으로 보자면, 이번 여의도-용산 투기에 불을 붙인 '방화자'로 박원순시장을 지목하고 있는 신문은 한국경제와 중앙일보입니다. 한경은 바로 손가락질로 가리켰고, 중앙은 좀 어설프게 찌른 것이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여의도-용산 개발과 관련한 '팩트의 재구성'은 영상 속에 정리를 해놓았습니다. 뉴스를 쉽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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