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2019년 예산안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굳히기에 방점을 뒀다. 470조5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슈퍼예산 편성도 2년차에 접어들 J노믹스를 다지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예산안은 예상대로 일자리와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모든 재정을 풀어 둔화된 한국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거진 사회적 갈등 봉합은 여전히 숙제다. 재정만 풀어서는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다. 정부 1년차에 내놓은 일자리 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구조적 문제 화두로 꺼낸 정부··· 내년 예산 핵심은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을 보면 총지출 증가율이 2000년 이후 두 번째 수준이다. 2009년 전년 대비 10.6%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는 최근 양호한 세수여건을 감안해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등 당면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며 예산증액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정건전성 여부에 대해서도 ‘적정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세입 증가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오히려 0.1% 포인트 줄어든 39.4%를 유지한다.
일자리 예산은 역대 최고 증가율인 22.0%로 잡았다. 일자리에만 23조5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2016년의 14.1%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취업청년 소득‧자산형성 지원 등 청년일자리 대책 소요와 함께 최근 부상한 ‘신중년’ 일자리 지원 대책도 담았다.
소득주도성장과 투트랙으로 가동 중인 혁신성장은 연구개발(R&D) 투자에 20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기초연구, 4차 산업혁명 대응 미래 원천기술에 선제적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속도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소득주도성장은 내년에도 기존 방향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기초생활보장 강화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예산으로 짜여졌다.
또 재정혁신을 위한 구조조정은 내년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올해 10조4000억원에 이어 내년 12조4000억원을 투입, 지출구조조정에 나선다. 당초 구조조정 계획보다 추가로 1조5000억원을 더 투입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경기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10% 가까이 늘리는 재정확장 정책의 경우, 최근 고용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일자리예산을 늘려 청년고용을 늘리는 것도 단기적으로 중요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나랏돈 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
확장적 재정운영은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도 내년에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어렵게 살린 성장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재정만으로 일자리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문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간 쏟아부은 일자리 대책의 경우,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히려 고용지표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과 전문가들은 재정 확대에는 한계가 있으며, 구조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촉진하도록 정부 재원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017~2018년 일자리 분야에 약 42조582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쏟아부은 예산만 24조1959억원이다. 그런데 고용지표는 금융위기 이후로 회귀하고 있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었고, 작년에 월평균 31만6000명이던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1∼7월 월평균 12만2300명에 그쳤다. 일자리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데 대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민간에서 일자리를 확대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야 하는데, 재정지출로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한시적인 공공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단기적인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