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서 30년 전 사라진 ‘소바’ 배달, 우버이츠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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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 한준호 디지털뉴스룸 편집장
입력 2018-08-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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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츠키지(築地)에 위치한 ‘사라시나노 사토’는 1899년에 개업한 오래된 소바집이다. 4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노포(老鋪)의 규모는 2층 가정집에 자리가 50개 남짓으로 크지 않지만,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 소바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29일 만난 ‘사라시나노 사토’의 운영자 아카츠카 시게유키(赤塚滋行·45)씨는 아이패드를 한 손에 쥐고 우버이츠를 통해 들어 온 주문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점심시간에 벌써 7건의 주문이 들어왔다”며 “우버이츠가 30년 전 일본에서 사라진 소바 배달을 부활시켰다”고 말했다.
 

29일 도쿄 츠키지에 위치한 '사라시나노 사토'를 운영하는 아카츠카씨가 아이패드로 들어 온 우버이츠 주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지난해 봄 우버이츠로부터 배달 서비스 제공을 제안 받은 아카츠카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 하루에도 소바 100그릇을 배달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때만 해도 일본에서 배달 음식의 대표주자는 소바였지만, 인건비가 오르고 도로에 차가 넘쳐나면서 수십 그릇을 머리에 이고 자전거로 배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우버이츠가 30년 전 사라진 소바 배달을 부활시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아카츠키씨가 우버이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초기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패드 하나면 당장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고, 배달 직원을 둘 필요가 없다. 아이패드로 들어온 주문대로 음식을 만들면 배달 파트너가 찾아와 목적지로 배달해준다. 원래 포장서비스를 제공했던 터라 소바를 용기에 담아 포장하는 과정도 번거롭지 않았다.

아카츠키씨는 “우버이츠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나 하루 평균 20그릇 주문이 들어온다”며 “배달로 번 돈은 용돈삼아 쓸 정도면 충분하고, 우리집 소바를 이곳에 오지 못하는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흡족해 했다.
 

아카츠카씨가 보여준 100년전 가게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 오른쪽 맨끝에 있는 직원이 머리 위에 소바그릇을 이고 자전거로 배달에 나서기 전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한준호 기자]


쇼진요리(精進料理)라 불리는 일본 사찰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소우고(宗胡)'도 2년째 우버이츠로 배달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노무라 다이스케(野村大輔·45) 오너셰프는 "쇼진요리는 코스여서 배달음식으로는 부적합하기 때문에 도시락처럼 용기에 담아 우버이츠 전용 요리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 가게에서 배달 직원을 직접 두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달인력이 필요 없는 우버이츠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사찰음식점을 운영하는 노무라씨도 우버이츠를 통해 2년째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사라시나의 사토'와 '소우고'처럼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우버이츠에 등록한 배달 파트너 덕분이다. 배달 파트너는 자신의 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부업으로 음식을 배달할 수 있다. 

척추지압사가 본업인 오쿠츠 겐지(奧津建司·49)씨는 환자 예약이 없는 시간대를 활용해 하루에 최대 20건에 이르는 음식을 자전거로 배달한다. 20건의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달리는 거리는 80Km에 이른다. 지난해 6월부터 도쿄시내 맥도날드가 우버이츠를 활용한 배달망 확장에 나서면서 더욱 바빠졌다.

최근 도쿄에서 찜통 더위가 이어지면서 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0개월 동안 음식을 배달하면서 노하우도 쌓였다. 오쿠츠씨는 "운동삼아 자전거로 도쿄시내를 누비며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데, 건강에도 좋고 돈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우버이츠로 부업하니 생활비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도쿄 중심부 롯폰기(六本木)에서 만난 배달 파트너 오쿠츠씨는 이날도 오전에 13건 음식을 배달했다. [사진=한준호 기자]


우버이츠는 내달 일본 서비스 출시 2주년을 앞두고 최근 교토(京都), 고베(神戶)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도쿄(東京)와 요코하마(橫濱), 가와사키(川崎), 오사카(大阪)에 이어 다섯번째다. 일본에선 우버이츠에 등록한 레스토랑이 3000개, 배달 파트너가 1만3000명에 달할 정도로 음식 배달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우버이츠란?

우버이츠는 사람과 사물의 이동을 IT기술로 연결해 손님과 레스토랑, 배달 파트너를 실시간으로 매칭시키는 ‘공유경제’ 개념을 적용한 음식배달서비스다.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메뉴를 선택하면, 빈 시간을 활용한 배달 파트너가 배달해준다.  2015녀 12월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한 우버이츠는 현재 35개국 230개 이상의 도시에서 10만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협력 파트너로 등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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