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민식품의 대표 격으로 알려진 캉스푸(康師傅) 라면, 푸링자차이(涪陵榨菜), 얼궈터우(二鍋頭) 고량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둔화로 소비 '큰손'이었던 중산층의 소비 하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시장의 분석이 나온다.
몇 년째 성장 둔화세를 보였던 중국 라면시장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라면 매출액은 10.1% 늘었다.
실제로 중국 대표 라면업체인 캉스푸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라면 매출이 111억3400만 위안(약 1조8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또 다른 라면 제조기업 퉁이(統一)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퉁이의 중국 라면시장 매출도 8% 증가한 41억5200만 위안에 달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저가 고량주 얼궈터우를 제조하는 순신(順鑫)농업의 올 상반기 바이주(고량주) 사업 매출은 57억7400만 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62% 늘어났다. 이는 앞서 시장이 예상한 40%를 웃도는 수치다.
이 밖에 서민 먹거리 자차이(우리나라 장아찌와 비슷)를 생산하는 푸링자차이 매출과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1%, 77.52% 늘어난 10억6400만 위안, 3억500만 위안으로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덕분에 순신농업과 푸링자차이 주가는 올 들어서 급등했다. 지난 28일까지 종가 기준 주가 상승폭은 각각 64%, 1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16% 빠진 것과 비교된다.
반면 중국 화이트칼라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커피브랜드 스타벅스 중국 지역 매출은 올 2분기 9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스타벅스는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중국지역 매장 매출이 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소비 둔화세는 정부 통계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5년 만의 최저 증가율이다. 7월 중국 주요 50개 대형쇼핑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9% 하락했다. 매출이 상승세를 보인 쇼핑몰은 단 14개에 불과했다.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보카도를 끊자', '와인 대신 맥주를 마시자', '택시 대신 모바이크(공유자전거)를 타자', '쇼핑은 핀둬둬(저가 상품 공동구매 앱)를 애용하자'는 등의 절약 세태를 반영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UBS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1선 도시 중산층 소비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택 담보대출 압박이 가중된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산층 사이에서 과소비를 줄이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들어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둔화, 집값·임대료 상승 속에서 과시보다 실속을 중요시하는 '소비강등(小費降級·소비하향세)' 문화가 유행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성장 삼두마차(투자·수출·소비) 중 하나인 소비가 둔화하면서, 소비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로 바꾸려는 중국의 개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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