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현대라이프생명'이 대만 푸본생명 산하에서 '푸본현대생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푸본현대생명'은 국내보다 발달된 대만 보험시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정 부회장은 새로운 생보사에서도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는 등 당분간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안팎에서는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지금까지의 현대라이프생명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현재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당초 이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푸본생명으로의 대주주 변경이 승인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례회의 자체가 31일로 연기됐다.
그럼에도 현대라이프생명은 30일에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 변경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안건 등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31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대주주 변경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푸본생명이 대주주가 아닌 푸본현대생명이 탄생할 수 있으나, 이 같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주주총회와 금융위 승인이 모두 변수 없이 진행될 경우 현대라이프생명은 국내 최초의 대만계 생명보험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푸본생명은 자산 250조원 규모의 푸본금융그룹 핵심 계열사로 총자산 123조원, 2017년 당기순이익 1조1651억원을 기록한 대만의 대표적인 생명보험사다. 푸본생명은 대만 보험시장의 노하우를 활용해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라이프생명을 턴어라운드 시키는데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대주주였던 정 부회장이 당분간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보험사의 CEO도 정 부회장과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가 그대로 유임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를 맡아 상당한 성과를 냈으나 현대라이프생명서만큼은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례로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에서 성공시킨 '제로(ZERO) 시리즈'를 보험 상품에 접목한 '현대라이프 제로'는 미미한 성과를 내는데 그쳤다.
카드에서처럼 '간단한 보험' 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단순한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전문성을 중시하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외면 받았다. 뚜렷한 턴어라운드를 찾지 못한 결과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라이프생명이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희망퇴직과 구조조정 성과가 올해는 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현대라이프생명은 올해 1분기 1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만 보험사는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표적으로 한 보험을 많이 출시해 노하우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며 "정 부회장과 대만 푸본생명이 앞으로 어떻게 경영권을 조율해 회사를 이끌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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