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농업의 위기를 말할 때 처음으로 나오는 '고령화'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청년에게는 ‘기회’의 요소입니다.”
허태웅 한국농수산대 총장은 ‘농업‧농촌이 위기인가’라는 질문에 에둘러 답변하지 않았다.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이자, 힘들고 돈이 안되는 분야라는 편견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총장은 “농업은 비즈니스로서 비전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특히 청년들에겐 기회라고 말했다. 이유는 향후 변화될 기술과 사회 ‘젊음’을 무기로 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같은 단어가 흔하게 사용되지만,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이끌지 짐작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런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려면 농업에 주목하면 된다. 허 총장은 “농업은 스마트팜을 필두로 파종‧방제‧잡초제거‧수확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이미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 더 상용화될 것”이라며 “농업은 보다 빠르고 쉽게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이 위기?’ 4차 산업혁명 땐 ‘블루오션’
“한국은 세계적인 농업부국이 될 것이다. 내가 언어만 가능했다면 한국에서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올해 3월 한국을 방문,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4년 서울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는 “젊은이여 농대로 가라. 농업은 미래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오늘날 각종 첨단기술이 집약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 1·2·3차 산업혁명이 모두 기술발전에 치중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발전된 기술을 하나로 묶는 융복합이 핵심이다. 그 융복합의 중심에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빅데이터 등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허태웅 농수산대 총장은 농업이 가장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이를 통해 소득창출은 물론, 농업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태웅 총장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해 작물에 최적으로 온실을 제어하는 스마트 팜”이라며 “스마트팜을 필두로 파종과 방제 등 다방면에 사용 중인 드론과 잡초제거, 농작물 수확에 사용되는 로봇기술까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이미 우리 농업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농업이 융·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르게 보다 빠르고 쉽게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농업의 위기를 말할 때 제일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고령화”라며 “고령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청년에게는 ‘기회’의 요소”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젊음을 무기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업 아이템을 농업에 적용한다면 다른 어떤 산업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네이버‧카카오‧넥슨 등은 IT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도전정신으로 농수산업 분야에서 창업한다면 시장환경을 주도하는 농기업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올해부터 청년농부 영농정착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농지를 처음 취득하는 청년과 신규 농업인을 우대 지원하는 생애 첫 농지취득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농신보 우대보증 지원 확대 등을 추진, 청년 창업농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 총장은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청년이 농업을 사양산업이 아닌 비즈니스로의 비전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농업인 넘어 미래 농촌 이끌 지도자로…행정업무 포함한 종합교육 필요
한농대가 배출한 졸업생 10명 중 9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농촌 지역에 거주한다.
현재 농촌인구는 고령화 영향으로 40세 미만 경영주가 1만1000호(1.1%)에 불과하다. 한농대 졸업생이 4733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농업 현장에서 얼마나 큰 활약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허 총장은 “지금이야 농업계 막내이지만, 10년 지나면 베테랑 농군이 돼 농정 입안자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농대는 현재 매년 550명 정도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10년만 지나면 5500명이 추가돼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농대 출신 ‘젊은 피’가 실질적으로 미래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가게 되는 셈이다.
특히 지난 6월에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농대 졸업생 4명이 각각 도의원과 군의원에 당선돼 존재감을 과시했고, 우리 농업과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에 허 총장은 한농대 출신 청년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을 넘어, 농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허 총장은 “이제는 농업 관련 기술교육뿐 아니라, 행정업무 능력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교육을 시켜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한농대 출신이 ‘농촌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리더십 교육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한농대 ‘백년대계’ 위해 변화‧혁신 통한 도약
허 총장은 최근 대학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확보를 위해 뼈를 깎는 변화‧혁신으로 도약해 한농대 백년대계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급격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대학운영 시스템을 확충하고, 정비하기로 했다. 현장 실무중심의 농어업 전문 특성화 대학으로, 입지도 확고히 한다.
허 총장은 “생명공학(BT) 등 생명산업기술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AI‧IoT‧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농업인재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농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주거환경과 실습환경을 고려한 장기현장교육을 개편하겠다”며 “품목특성에 맞는 현장실습센터를 개소하고, 농고‧농대 등 농업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농대의 핵심인 졸업생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강화, 성공적인 영농정착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허 총장은 “정착자금‧영농기반‧기술‧경험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생이 안전하게 영농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농신보 보증한도 확대와 부분보증 축소‧폐지, 양질의 농지를 확보해 젊은 창업농에게 우선 지원하는 농지은행으로 개편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을 신속히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학생과 졸업생이 정부의 주요 농수산정책 변화를 신속히 인지하고, 변화된 정책을 영농설계에 반영하는 등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밖에 졸업생의 영농정착 과정에서 나오는 아이디어 및 애로사항에 대해 정부 정책개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연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허 총장은 “지난 20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우리나라 농업‧농촌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이끄는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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