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9개월째 동결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25%에서 0.25% 포인트 인상된 뒤 9개월간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전문가들은 8월 기준금리 동결을 점쳐왔다. 고용지표와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인상 명분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이일형 위원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0월에 열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추천으로 금통위원이 된 이 위원의 소수의견은 한은의 속내를 대변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위원은 지난 7월 금통위에서 “낮은 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 공급은 주택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며 금리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시장 불균형에 따른 부작용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며 “만일 외국인 이탈이 속도가 붙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고스란히 한은이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소수의견을 통해 금리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도 문제다.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 “수급불균형과 일부 지역의 개발계획, 거기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 등이 있다”며 “또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대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금융안정 차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이 위원의 지적처럼 과열을 막기 위해서라면 금리인상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방법도 해결안 중 하나다.
하지만 금리인상 시 나타날 부작용도 부담이다. 이미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 의지를 드러낸 데다 가계부채가 정점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7월 기준치인 100 이하로 내려가며 경기위축 국면을 시사했고, 지난 7월 취업자 증가가 5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악화에 따른 내수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이러한 국내 경기둔화 상황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구혜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출을 제외한 대부분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고용 둔화가 두드러지게 확인되고 있고, 대외 여건이 대내 성장경로 불확실성을 높이고 경기 하방리스크를 자극하고 있다”며 “리스크가 하나씩 해소되는 과정이 필요하고, 한은도 시간을 두고 여건 변화를 점검할 전망인 만큼 기준금리는 연내 동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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