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고 달라질 게 없다보니 매수·매도자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워낙 매물이 없다보니 호가는 계속 올라간다."(청량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이 보류될 뿐 철회가 아니지 않냐. 매물이 없어서 그렇지 매수자들의 관심은 꾸준하다"(용산 수정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시가 용산과 여의도 통합개발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데에 이어 정부가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를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맞이한 첫 주말인 1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와 국세청의 부동산 거래 세무조사 등 전방위로 규제를 펼치는 상황에도 매수문의가 이어지는 등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청량리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사무실은 종종 매수문의나 부동산 분위기를 묻는 집 주인 전화로 심심치 않게 전화벨이 울려댔다. 미주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청량리 개발 호재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투기지구 지정은 오히려 이 지역을 더 뜨는 지역이라고 홍보하는 효과"라고 말했다.
오를 대로 오르면서 손바뀜이 일어나 이미 빠져나갈 사람은 다 나간 상황이라며 규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기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청량리 개발호재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래가 많이 됐다"면서 "최근들어 매물이 귀해지면서 몇 천씩 올려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고 설명했다.
제기동역과 용두동 사이에 위치한 래미안허브리츠 전용 84.97㎡는 올해 초 1월 평균 7억원에 거래됐던 것이 이번달 8억5000만원에 거래 신고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용 84㎡가 9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9억8000만원 호가한다"고 했다.
옆동네 동작구 노량진동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투기지역 지정이 오히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보다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장만'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성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매물이 없다보니 거래를 할 수가 없다. 투기지역 지정되면서 대출이 큰 영향을 받을 텐데 매물은 없고 호재는 많으니 호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실수요자들만 불쌍하게 된 것 같다. 갭투자하는 사람들은 돈이 있으니 사는 거지만 실수요자들은 대출도 안되고 집값은 너무 뛰어 살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종로 경희궁자이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로의 경우 경희궁자이 전용 84㎡가 10억원을 넘어서면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것 같다"면서 "종로는 아파트 비율도 적어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고 한탄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집값 잡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8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값은 가파른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동작구는 0.65%로 전주(0.8%)보다 상승폭이 줄었으나 동대문구(0.34%)는 상승폭을 유지했고 중구(0.35%)와 종로구(0.25%)는 오히려 전주보다 소폭 확대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한 지 5일이 지났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도 대체로 담담한 반응이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와 용산구 재개발구역은 지난달 박원순 시장이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호가도 '억'소리 날 만큼 뛰었다.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현대한강은 지난 6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88㎡가 지금은 호가 13억원에 형성됐다. 대체로 급등한 아파트 가격이 바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의도 수정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번 오른 가격은 떨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매수자들은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릴 것이고 매도자들은 안팔려고 하고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발 기대감에 계약금을 넣고 매수를 하려던 사람이 취소를 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예약을 취소하거나 계약금을 넣고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계약 취소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관망했던 매수자들은 좀 더 두고보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가을 이사철이 시작돼 집값이 단기간 하락하기보다는 정부의 경고 시그널에다 집값 상승의 진앙지 역할했던 여의도·용산 개발 보류 발표로 매수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석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오름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