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쇼크 수준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새로운 돌파구로 개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2기 내각에서는 1기 때와 달리,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부처별 장관의 역할론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정부가 도입한 책임장관제와 이번 문재인 정부의 관료 출신 장관 인선이 비교되면서 청와대의 역할을 확대하기보다 장관의 정책적 판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 인선은 △교육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에 대한 중폭 개각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각은 경제팀의 중심축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일자리를 비롯한 소득주도성장과 관계가 높은 고용부와 산업부 수장을 실무형 관료 출신으로 중용, ‘실무형 팀워크’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달 2일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8대 선도사업은 과제별로 주무부처 장관의 책임 하에 진행되도록 하겠다”며 “책임장관의 요청사안이 있을 경우 기재부를 포함한 각 부처가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책임장관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약속한 국정운영 방향이다. 각 부처별로 장관의 책임을 높여 신속하고 합리적인 정책 마련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프랑스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벤치마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분권형 국정운영을 내세운 참여정부가 2004년 8월 내각을 5개 분야로 나눠 분야별로 책임장관을 지명한 바 있다. 경제부총리처럼 유관 부처 간 업무조정을 할 수 있는 ‘책임장관제’가 이때 본격화됐다.
박근혜 정부도 책임장관제를 이어갈 요량이었지만, 청와대가 전권을 쥐락펴락하고 심지어 국정농단사태가 벌어지면서 명맥이 끊겼다.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은 1기 때보다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1기 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부처별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개혁과 정무적 역할을 강조한 인선이었다. 그렇다 보니 진보적인 사회단체 출신과 정치인으로 내각이 꾸려졌다.
반면 이번 개각은 ‘늘공’으로 불리는 관료 출신이 소득주도성장론의 정책실현을 위해 새롭게 배치되며 정책의 안정적인 정착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특히 고용쇼크와 미·중 보호무역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 해결해야 할 난관이 끊이질 않아 실무형 장관의 능력 발휘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또 책임장관의 조율을 통해 그동안 지적됐던 부처 간 이기주의를 해소하는 동시에 조속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민의 경기에 대한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 성과를 앞당겨 내놓으라고 경제팀에 주문한 바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장관 교체를 하는 등의 단순 봉합차원의 개각은 실질적인 정책성과를 낼 수 없다”면서 “장관 교체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경제정책의 성과가 나오지 않은 원인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할 때 정책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